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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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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래스고에서 축구를 느끼다


지난 27일 한국 대표팀을 취재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도착했다.

글래스고는 인구 62만명의 도시로 스코틀랜드의 경제적 중심지라고 한다. 기후는 매우 변덕스러웠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정도로 화창한 모습을 보였다가도 불과 몇 시간 후에는 을씨년스럽게 변하고, 심지어 비까지 내리는 등 예측할 수 없었다.

한편 한국 대표팀이 연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인 글래스고 레인저스의 트레이닝 센터인 머레이 파크(Murray Park). 아드보카트 감독이 글래스고 레인저스의 감독으로 부임했던 시절(98년-2001년)에 만들어진 곳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중심부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부산스럽지 않게 스코틀랜드의 고즈넉한 풍광을 느끼며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글래스고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스코틀랜드의 양대 명문클럽인 레인저스-셀틱 간의 일명 ‘올드 펌(Old Firm) 더비’이다. 세계에서 가장 떠들썩한 더비 매치 중 하나로써 그 열기는 AC 밀란-인터 밀란 간의 ‘밀라노 더비’나 AS 로마-라치오 간의 ‘로마 더비’, 보카 주니어스-리베르 플라테 간의 ‘엘 클라시코 더비’ 등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열기를 자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열기는 글래스고 현지의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먼저 한국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레인저스의 트레이닝 센터 머레이 파크의 관리인. 그는 이 최신식 훈련장을 자랑하며 셀틱을 깎아내린다. 레인저스에는 이처럼 세계 최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트레이닝 센터가 있지만, 셀틱에는 이러한 시설을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다는 것. 자신의 팀을 자랑하면서 철천지 원수인 셀틱을 마구 깎아내리는 모습이 재미있다.

한편 28일 머레이 파크에서의 훈련이 끝나고, 취재진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가기 위해 부른 콜택시의 운전기사는 셀틱의 광팬이었다. 그는 머레이 파크에 온 이유를 묻고, 한국 대표팀 취재 때문이라는 것을 알자 마음 놓고 셀틱의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레인저스는 셀틱에게 영원히 따라올 수 없으며, 최고의 축구영웅은 헨릭 라르손(바르셀로나)과 스틸리안 페트로프(셀틱)라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라르손은 얼마 전까지 셀틱에서 활약하며 ‘셀틱의 전설’로 추앙받았던 대스타이며, 페트로프는 현재 스코틀랜드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며 셀틱에게 4번의 리그 우승을 안겨준 현 셀틱의 최고 스타. 셀틱의 자랑을 떠벌이는 이 택시기사의 모습은 영락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어린이의 모습이었으며, 전형적인 영국인처럼 생긴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자그마한 예에 불과하지만, 이렇듯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자신의 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절대적인 충성심은 한국의 축구 현실을 잘 알고 있는 필자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점이었다.

한국의 일반적인 사람들도 모이면 축구 이야기를 하긴 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이야기란 “박지성이 맨유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가”, “한국대표팀의 원톱에는 누가 나와야 하는가”, “한국대표팀에서 누구누구가 빠져야 성공할 수 있다”, “월드컵이 시작되면 광화문에서 마음껏 놀아야 하지 않겠느냐” 등이 전부이다.

그들에게서 “올 시즌 김학범 감독의 성남축구야말로 최고의 축구다”라든지, “포항의 귀염둥이 오범석을 눈여겨 봐라, 조만간 리그 최고의 윙백이 될 거다”등등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팀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스코틀랜드 제 2의 도시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연고 축구팀에 대한 열정을 가슴 속 가득히 안고 사는 글래스고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유럽축구는 지니고 있지만, 아직 한국축구는 지니지 못한 ‘축구의 진정한 깊이’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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