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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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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은 넋두리] 쓸쓸했던 박성화 감독님의 뒷모습


상당히 개인적인 글을 오랜만에 한번 써볼까 합니다.
어쩌면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은 늦은 글일 수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U-20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던 것이 6월 20일입니다. 어느덧 2주일의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야 글을 씁니다.

참고로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U-20 대표팀 박성화 감독에 대한 글이긴 하지만, 축구에 관한 글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전술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됐다, 혹은 감독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계축구의 흐름은 어땠는데 우리는 이랬다” 등의 축구에 관한 내용은 볼 수 없을 겁니다. 그냥 단지 박성화 감독님에 대한 개인적인 넋두리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가 이 글을 써야지 마음먹었던 첫 번째 계기는 귀국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봤던 박성화 감독님의 뒷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어느덧 패배의 아픔을 겉으로나마 치유하고 면세점 쇼핑에 나선 U-20 대표 선수들(물론 이 녀석들의 마음 속에 대회에 대한 아쉬움과 고통이 여전히 숨겨져 있다는 것은 옆에서 계속 지켜봤던 제가 너무나 잘 압니다만, 어린 선수들인 만큼 치유가 빠른 것은 사실이고, 또한 그것이 젊음의 미덕이기도 합니다)이 선물 고르기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가족들에게 줄 선물인지 몇 가지 기념품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박성화 감독님의 뒷모습을 봤습니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힘없고, 쓸쓸해보이시는지 저도 모르게 뭔가 왈칵 치솟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공간에서, 혹은 주변의 흐름에서 완전히 차단당한 상황에서 홀로 걸어가고 계시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나도 모르게 달려가 박 감독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왠지 감독님을 그냥 그렇게 혼자 두는 것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을 보며 “대회가 끝나서 허탈하시죠?”라고 물었지요.
감독님은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시며 “많이 허탈하지. 대회가 끝나면 당분간은 아무 것도 못해요. 쉬다가 하반기 쯤에 영국으로 나가볼 생각이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티켓팅 시간이 30여분 남아있어 공항 대합실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박)주영이의 포지션 이동과 관련된 전술적 선택을 비롯한 경기 내적인 부분, 그리고 경기 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셨지요. 그 이야기들은 여기서 공개하기에는 글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여러모로 적절하지는 않기 때문에 언급 없이 넘어가겠습니다.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이 “이제는 너무나 지쳤어. 청소년대표팀을 4년간 하면서 애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에 보람이 있었지만, 선수차출 등 여러 문제가 겹쳤던 지난 몇 달간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어”였습니다.

저도 4년간 청소년대표팀을 지켜봐온 입장에서 최근의 그 고충을 알고 있기에 “감독님, 이제는 프로팀 감독으로 복귀하시죠?”라고 넌지시 이야기했지요.

감독님께서는 웃으시며 “성적이 좋았어야지 프로팀으로 가지”라면서 “이제는 프로팀에서 선수차출이나 훈련시간 등 다른 걱정 없이 동계훈련부터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내가 추구하는 축구를 마음 놓고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들어요”라면서 속내를 조금 내비치시더군요. 대표팀 감독이란 자리가 얼마나 부담스러우면서도 여러 가지 제약이 가로막고 있는 자리인지를 절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더 나누고 있으니 어느덧 비행기 티켓팅 시간이 다가왔더군요. 서울에서 보자며 일어서는 감독님의 모습이 왠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쩌면 그 동안 제가 각급 연령대 대표팀의 국내 준비기간 동안에만 뻔질나게 훈련장을 드나들었지, 막상 대회 현장에는 없었기 때문에 패배에 대한 감독과 선수들의 고통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 진검승부의 현장(한국에서 열렸던 2002월드컵은 예외)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팀의 패배를 지켜보고, 그들의 고통을 지켜봤기에 감독님이나 선수들의 사소한 모습에서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뭔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어서는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평소에 박 감독님께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지요. 그래서 했습니다.

“감독님, 지난 4년간 U-20 대표팀을 취재하고, 감독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축구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구요. 한국에 가시면 제가 식사라도 꼭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어찌 보면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꼈던 고마움이었기에 꼭 이야기하고 싶었지요.

감독님께서는 웃으시면서 “그래요. 한국에서도 계속 연락하고, 식사도 합시다”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어느새 글이 옆으로 조금 샜네요.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두 번째 계기는 바로 (김)진규 때문이었습니다.

박 감독님과의 만남을 마치고 비행기 티켓팅을 하는데, 제 앞에 진규가 있었습니다. 진규가 갑자기 저를 보고 “형, 인터넷 보니까 감독님에 대한 비난이 많던데요. 우리가 경기를 못했는데 왜 감독님이 욕을 먹어요”라면서 4년간 자신을 지도했던 선생님에 대해 변호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안타까움과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이야기하는 진규를 보고 있자니 이 녀석이 정말 대견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진규와의 인연도 박 감독님과 마찬가지로 4년 됐습니다. 2002년 초 박성화호가 처음 출범했을 때 형들 뒤를 신기한 듯 졸졸 따라다니던 빡빡머리의 고교생이 어느덧 팀의 듬직한 맏형이 되어 자신의 은사와 동료들에 대한 비난들을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동스러울 수밖에요...

사실 진규는 지난 U-20 대표팀 시절에는 박 감독님께 가장 꾸중을 많이 들었던 선수였습니다. 물론 이번 U-20 대표팀에서는 맏형으로서의 대접을 박 감독님이 해주셨지요.

그런데, 살펴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정말 박 감독님에게는 이 어린 선수들이 아들과 같고, 보물과 같았던 모양입니다.

훈련 시간에는 꽤나 엄하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박 감독님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실 때 선수들에 대해 물어보면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신지 싱글벙글 웃으시면서 그 선수에 얽힌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시는데, 거기에서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지요.

진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에 진규의 수비와 수비수로서의 침착함에 대해 그렇게 많이 지적하고 꾸중했던 박 감독님이지만 진규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말씀하실 때는 못 말리는 개구쟁이지만 자랑할 거리도 많은 아들에 대해 주위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진규 역시 제가 농담조로 “주빌로와 계약 끝나면 한국으로 와야지?”라고 하면 “그럴까요? 먼저 박 감독님부터 데려오라고 그러세요.(웃음)”라면서 농담을 할 정도로 박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깊더군요.

그러고보니 박 감독님이나 진규나 경상도 출신이군요.
영락없는 경상도 사나이들인지라 서로에게는 말로 표현을 안하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괜히 제가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지요.

어쨌든 여러 가지로 할 말이 많다는 진규에게 “한국에 가서 이번 세계대회에 대한 네 감상과 지금 말한 박 감독님에 대한 네 생각들을 올려보자”라고 이야기했고, 진규도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지난 번에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라간 진규의 참가후기였지요.

한국에 돌아와 진규와 연락해 참가후기를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올린 뒤에 진규에게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진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 역시 감독님에 대한 개인적인 글을 올리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하자 진규가 “그래요. 꼭 올리세요, 기대할께요”라고 부추김을 넣었고, 저 역시 “알았다. 올리마”라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 글을 올리고 나서 진규에게도 한번 연락을 해보고, 무엇보다 박 감독님께 안부도 물을 겸 식사대접을 위한 전화 한 통화 해봐야겠습니다.

-- MUKTA 상헌 --

p.s) 그런데, 써놓고 보니까 너무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글이라 기사로 올리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군요. 그래서 여기에다가만 올립니다..크크..


    
김주연 아, 정말 잘 읽었어요. 이거 왠지 불펌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박성화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2005/07/04
MUKTA 불펌하셔도 상관없슴다^^ 2005/07/04  
신명주 이 글 너무 짠하네요..개인적으로는 박성화 감독님은 국내 감독 중에서 베스트에 속하는 분이라고 보는데, 아무 생각없이 비난하는 사람들 보면 참-_-;;. 02년부터 박감독님 인터뷰 보면서 정말 청대 선수들을 이뻐하시는구나, 하는 거 많이 느꼈거든요. 진규 인터뷰도 참 좋았었는데, 이런 사정이..좋은 글 정말 감사해요 상헌님. 2005/07/05
MUKTA 감사함다~^^ 2005/07/05  
MUKTA 결국 사장님의 판단으로 포털에도 올라가게됐슴다^^ 너무 개인적인 글이긴 한데^^ 200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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