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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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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17 월드컵 독일-잉글랜드전, 축구의 묘미를 알려준 한판


독일과 잉글랜드, 오랜 기간 유럽축구의 맹주 자리를 놓고 다퉜던 두 팀은 역사적인 관계까지 얽혀 서로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 마치 한일전을 연상케 하는 이들의 라이벌 의식은 2일 열렸던 U-17 대표팀간의 맞대결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독일과 잉글랜드의 FIFA U-17 월드컵 8강전은 유럽축구의 맹주를 자처하는 양 팀의 자존심 대결이 제대로 펼쳐졌던 한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라이벌 의식은 고양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에게 축구의 묘미를 알려주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월드컵 8강이라는 큰 무대, 여기에 전통적인 라이벌 의식까지 겹쳐 양 팀은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어떻게 보면 전반 45분은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한 탓인지 다소 소극적인 경기운영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때까지만 해도 고양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반에 접어들면서 양 팀은 그야말로 다이내믹함의 진수를 보여줬다. 양 팀은 전반에 비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섰고, 특히 독일이 후반 5분 만에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루디(슈투트가르트)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경기 양상은 한층 더 긴박하게 흘렀다. 특히 루디의 이 슛은 상대의 리듬을 흐트려놓는 반 박자 빠른 감각적인 슛이었다.

팽팽했던 승부의 균형이 깨지자 경기는 더욱 활기차기 진행됐다. 그리고 불과 5분 뒤에 독일의 추가골이 터졌다. 아크 중앙에서 볼을 잡은 독일의 스트라이커 리차드 수쿠타-파수(레버쿠젠)는 안쪽으로 한번 치고 들어갔고, 순간적으로 3명의 수비수를 역모션에 걸리게 하는 오른발 터닝슛으로 잉글랜드의 골망을 갈랐다. 이번 대회에서 4골(잉글랜드전 골 포함)을 터트린 독일의 차세대 골잡이다운 예리한 움직임과 슛이었다.

사실 이렇게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진 시점에서 승부는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완전히 독일에게 넘어가 있었고, 이 시점에서 잉글랜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역시 만만찮은 팀이었다.

이대로 경기가 독일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끝나는가 싶었던 경기는 후반 20분, 잉글랜드가 만회골을 터트리며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미드필드에서 스루패스를 받은 스트라이커 라이스 머피(아스널)가 독일 수비수와의 경합을 이겨내며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고, 이것을 오른발로 침착하게 감아차 2-1로 쫓아갔다.

잉글랜드 4-3-3 시스템의 원톱으로 나선 머피는 이날 전후반 내내 활발한 움직임과 저돌적인 공간 침투를 보여주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경기는 더욱 재미있어졌다. 자국 팀의 경기를 언제 한국에서 또 볼 수 있겠냐며 삼삼오오 고양 경기장에 모여 들었던 주한 독일인-주한 영국인(주한 잉글랜드인이라고 해야할까?)들은 더욱 소리를 높여가며 그들의 응원가를 불렀고, 주말 저녁에 경기장을 찾은 한국 축구팬들 역시 수준 높은 경기에 호응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들썩이게 했다.

잉글랜드는 동점골을 뽑아내려는 듯 더욱 공세를 강화했고, 독일은 탄탄한 4백 시스템을 구축하며 빠른 역습을 노렸다. 그리고 후반 29분, 독일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사실상 종료됐다. 한창 추격에 열중하던 잉글랜드는 수비 뒷공간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고, 독일은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

독일의 역습은 빠르고도 정확했다. 샤샤 비갈케(헤르타 베를린)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공간 패스는 잉글랜드의 일자 수비라인을 뚫었고, 적절한 타이밍에 쇄도한 데니스 도비다트(보루시아 MG)는 이 패스를 침착하게 받아 왼발 슛으로 득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잉글랜드는 어떻게든 만회골을 터트리기 위해 위험스러울 정도로 많은 선수가 공격에 가담했고, 독일은 침착하게 이것에 대응했다. 필연적으로 엷어진 잉글랜드 수비라인은 몇 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 후반 42분 독일에게 4번째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독일 공격수 3명에 잉글랜드 수비수 1명이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독일은 침착한 패스게임으로 1명의 수비수를 농락하면서 주장 토니 크루스(바이에른 뮌헨)가 골을 넣었다.

경기는 4-1로 종료됐고, 독일은 라이벌 잉글랜드를 시원하게 물리쳤다. 그러나 경기 내용 자체는 4-1이란 스코어처럼 일방적이지 않았고, 양 팀 모두 17세답지 않은 세련된 경기운영과 빠른 템포를 보여줬다. 마치 성인축구를 보는 듯한 강렬함이 있었다.

특히 독일의 간결하고도 효율적인 축구는 매우 인상 깊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독일식 축구보다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스페인과 같은 아기자기한 기술축구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날 잉글랜드전에서 보여준 독일의 축구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시원스런 좌우 체인지 패스와 ‘독일전차’라는 표현이 딱 맞는 저돌적인 침투는 감탄할 만 했다. 특히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적어도 3-4명의 선수가 일제히 상대 진영으로 치고 올라갈 때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독일 특유의 파워와 스피드, 조직력, 그리고 정교한 패스웍에 의한 빠른 역습은 4골을 얻는 원동력이었고, 보는 이가 속이 다 시원해질 정도의 상쾌함이 있었다.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재미있는 축구를 우리에게 선사해준 독일과 잉글랜드의 어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이 곳 저 곳에서 자신들을 응원했던 주한 독일인 응원단을 일일이 찾아가 박수를 쳐주며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함께 노래하는 모습에서도 자그마한 감동을 느꼈다.

이제 독일은 4강에서 ‘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U-17 대회에서 보여준 아프리카 축구의 위력은 대단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나이지리아와 가나의 축구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파괴력이 있었다. 잉글랜드를 대파하고 상승세에 있는 독일이지만, 결코 쉬운 경기가 아닐 것이다. 이미 ‘남미축구의 터줏대감’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에 0-2로 패하며 희생양이 됐다.

아마도 6일 수원에서 열리는 독일과 나이지리아의 4강전도 불꽃 튀기는 명승부가 될 것이다. 여유가 있는 축구팬들은 수원 종합운동장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5일 울산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스페인-가나전 역시 유럽과 아프리카세가 맞붙는, 또 하나의 명승부가 될 것이다.)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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