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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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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선수를 자식으로 둔 학부모들의 이야기


매년 4월과 5월에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은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곤 합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여서 5월에 열리는 대회만도 무학기, 금강대기(이상 고교), 대구시장기, 맨유 프리미어컵(이상 중등), 금석배(중등-고교), 춘계 대학 1-2학년대회(대학) 등이 열립니다.

특히 중학교나 고등학교대회의 경우, 대학 진학을 앞둔 3학년 선수들에게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죠. 대부분의 선수 스카우트는 4-5월에 열리는 대회들을 끝으로 마무리되고, 선수들의 진로도 결정됩니다.

그 때문일까요? 2008 금석배가 열리고 있는 군산 월명종합운동장의 열기도 대단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피치를 누비고 있었고, 각 팀 감독님들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주문하며 바쁜 모습이었죠.

무엇보다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관중석이었습니다. 아마추어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학부모님들의 애타는 응원 소리가 이날따라 유난히 귀에 들어오더군요. 어버이날이 다가왔기 때문이었을까요? (군산을 찾은 날은 5월 6일이었습니다.)

대회 준결승이나 결승전도 아니고, 개막전부터 군산까지 내려와 응원을 하는 학부모님들을 보니 가슴이 짠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버이날도 기념할 겸 축구선수 아들을 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해서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부모님이 중앙고 주장인 이현기 선수의 아버님인 이찬홍 씨(45세)였습니다. 아들을 위해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군산까지 응원차 내려왔다는 이 씨는 아들이 경기하는 날에는 예선부터 거의 빠지지 않고 오는 편이라고 합니다.

이 씨는 “아들 뒷바라지를 하려니까 다른 거 다 접어두고 쫓아다니게 됩니다. 아마 대개의 부모들이 비슷할 겁니다. 저는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자주 내려오지만 사정상 힘드신 분들도 있어요. 직장 다니시는 부모들은 휴가를 내서 오곤 하는데, 매번 휴가를 낼 수 없으니 어려움이 있죠. 그래도 회사에서 편의를 봐주는 편이라고들 합니다”라고 하시더군요.

이름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으시는 한 어머니께서도(앞으로 편의상 A씨로 부르겠습니다.) “아이 아빠는 직장 때문에 자주 못 내려오고, 제가 따라다니면서 응원하고 있어요. 다른 선수들 어머니들과 함께 움직이죠. 제 경우에는 아들이 선발멤버는 아니기 때문에 더 힘들어요. 힘들게 지방까지 내려왔는데, 아들이 경기를 뛰지 못하고 몸만 풀다가 끝날 경우에는 눈물이 나지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세히 보면 학부모님들, 특히 어머님들은 경기를 보시면서 두 손을 맞잡고 마치 기도를 드리는 듯한 자세로 경기를 지켜보시곤 합니다. 경기가 잘 풀린다 싶으면 아버님들의 선창으로 “이겨라~OO고~화이팅~OO고~” 등의 구호와 함께 환호를 지르시기도 하고, 상대의 태클에 아들이 넘어졌을 때는 걱정스런 모습으로 탄식을 내지르시기도 합니다. 성격이 있으신 아버님들 중에는 부상을 입힌 상대 선수를 향해 거친 말씀들을 내뱉으시기도 하죠.

이렇게 장면 하나하나에 노심초사하고 간절하게 응원하지만, 현실의 고교축구는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3학년생들의 부모님들은 대학 진학을 걱정해야 합니다. 프로팀과 대학팀들이 몰려들어 스카우트 경쟁을 펼치는 바람에 행복한 비명으로 팀을 고르는 선수는 전국적으로도 얼마 되지 않죠. 대부분의 선수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고, 이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마음도 타들어갑니다.

이찬홍 씨는 “모든 부모들에게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죠. 아들이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대학, 프로에 가고, 지도자 생활까지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선수들이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거죠”라며 축구선수를 자식으로 둔 학부모의 심정을 말씀하십니다.

A씨는 “제 아들이 2학년인데, 빨리 주전 자리를 차지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에요. 아직 1년의 여유가 더 있어서 그런지 대학 진학보다도 주전으로 올라서서 더 많이 뛰었으면 하는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주전 선수들 외의 학부모들에게는 당장 이 문제가 더 급해요”라며 벤치멤버 아들에 대한 걱정을 슬쩍 털어놓으시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속상해하는 부분은 자식이 부상을 당했을 때입니다. 여러 가지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축구를 하다보니 이런저런 잔부상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간혹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식이 다치는 것만큼 부모들의 속을 상하게 하는 것은 없죠.

이 씨 역시 “예전에 아들이 무릎 인대가 늘어나 4주 정도 쉴 때가 있었는데, 정말 가슴 아팠어요. 나가서 뛰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아쉬워하는 아이 얼굴을 보니 부모 입장에서 정말 속상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경기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보니까 아이들이 더 많이 다치는 것 같아요. 몸을 충분히 관리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라고 털어놓습니다.

반대로 자식을 축구선수로 키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람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일단 팀이 좋은 성과를 올렸을 때입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아들이 뛰는 것을 보고 잘한다고, 가능성이 많다는 칭찬을 해줬을 때는 정말 날아갈 것 같죠.(웃음)” - 이찬홍 씨

좀 더 현실적으로 들어가 본다면 축구선수 학부모들에게 가장 근심거리는 경제적인 부분입니다. 알다시피 한국 학원축구에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학교측의 지원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팀 운영비와 코칭스태프 월급 등 대부분의 경비는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오죠. 따라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부분이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에요. 프로팀에서 운영하는 학교나 전액 지원을 받는 학교는 부담이 없겠지만, 일반 학교들은 학부모들이 대부분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전지훈련이나 지금처럼 지방으로 대회 참가했을 때는 필요 경비를 부모들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버거운 부분이 있어요.” - 이찬홍 씨

“선수들 중에 집안 사정이 너무 힘들다거나, 자질이 있는데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반액면제나 전액면제를 해주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은 다른 부모들도 흔쾌히 찬성하고 있어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줘야 하니까요. 다만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사정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어느 정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 이찬홍 씨

“솔직히 경제적으로는 많이 힘들어요. 우리 집 사정도 썩 좋지 않은데, 참고 견디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아들에게 걱정을 끼치기도 싫어서 내색은 하지 않아요. 아들이 축구선수로 성공만 할 수 있다면 다 견뎌낼 수 있어요.” - A씨

비단 축구선수 자식을 둔 부모만의 마음은 아니겠지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희생할 수 있다는 마음은 모든 부모들에게 공통적인 마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식을 옆에서 바라보는 부모의 안타까움도 말입니다.

특히 축구를 비롯한 운동선수들의 경우 다른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 동안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기에 축구로 성공하지 못하면 일반 사회에서 살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축구선수를 자식으로 둔 학부모님들은 더욱 간절하고 애가 탑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던 학부모님이 떠오릅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줬으면 하는 욕심을 갖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꿈이 소박해져요. 프로만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다가, 어느덧 대학만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뀝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같은 심정일 것 같습니다.
자식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불가능한 말이겠지만, 축구를 하는 모든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밝게 웃으실 수 있기를 기원 드립니다.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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