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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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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구, 아래에서부터 들려오는 희망의 소리

2008년 3월 24일 KFA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


지난 주말, 축구팬들은 다소 심심하셨을 겁니다.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북한전을 대비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면서 K-리그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리버풀, 아스널-첼시전을 비롯해 해외축구가 여러 빅매치를 준비하며 축구팬들을 유혹했지만, 현장에서 축구를 보는 재미에 중독된(?) 매니아들이라면 견디기 힘든 주말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보면 그 속에서도 한국축구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22일 전국 8개 구장에서는 ‘Daum K3리그 2008’이 일제히 개막전을 치렀고, K-리그 클럽 산하 고교팀들의 리그전인 ‘SBS 고교클럽 챌린지리그(U-18)’ 역시 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전을 가졌습니다. 또한 강릉에서는 대학 및 내셔널리그 팀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 56회 대통령배 축구대회가 한창 진행 중이기도 했고요.

그 중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역시 K3리그와 U-18리그였습니다.
16개팀으로 늘어난 K3리그는 Daum의 스폰서 후원을 받으며 정규리그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열리게 된 U-18리그는 축구팬들의 오랜 소망인 프로 산하 유소년 클럽간의 리그전이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U-18리그와 K3리그가 열리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먼저 찾은 곳은 U-18리그 개막전 중 하나인 수원 U-18팀(매탄고)과 서울 U-18팀(동북고)의 대결이 펼쳐졌던 수원 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이었습니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경기가 막 시작하더군요. 보조구장의 한쪽 면에 마련되어 있는 약 400여석의 관중석은 거의 메워져 있었고, 그 중에서는 수원 머플러를 목에 두른 서포터들의 모습도 상당수 보였습니다. 물론 고교 선수들의 경기인 만큼 양 팀 학부모님들과 가족들이 없어서는 안되겠지요.

여기에 차범근 감독과 이임생 수석코치, 최만희 2군 코치, 박건하 코치, 조재민 스카우터 등 수원삼성 코칭스태프가 총출동해 미래의 수원을 이끌어갈 유망주들을 유심히 지켜봤으며, 서울 역시 김성남 2군 감독이 서울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을 관찰했습니다. 또한 이영무 KFA 기술위원장, 신현호 한양대 감독 등의 축구인들도 한 자리에 모여 즐겁게 축구를 관전하더군요.

경기는 혼전 양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전반 3분 만에 수원 U-18팀이 선제골을 기록하자 10분에는 서울 U-18팀이 동점골을 터트렸고, 후반 35분 상대 자책골로 수원 U-18팀이 앞서나가자 후반 종료 직전에 서울 U-18팀이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로 2-2 무승부를 만들었죠.

경기내용도 매우 흥미진진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경기장 분위기가 더욱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을 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관중석 중간 중간에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 앉아 경기를 보니 마치 풀럼의 홈구장인 크레이븐 코티지가 연상되더군요.(뭐, 크레이븐 코티지를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하하)

여기에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앉아 수원 U-18팀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질러대는 수원 서포터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뛰는 모습을 가슴 졸이며 응원하는 학부모님들의 모습까지 그 분위기는 실로 뜨거웠습니다.

어린 선수들 역시 이런 열기 속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능력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더 큰 환호성을 이끌어냈죠. 실제로 등록 규정 때문에 12명의 선수만이, 그것도 그 중에서 11명이 1학년생들로 구성된 수원 U-18팀이 전통의 명문 동북고가 유소년 팀인 서울 U-18팀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홈팬들의 열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며 저는 마치 기사 속에서만 봤던, 영상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산하 U-18리그의 한 장면 속에 제가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마저 느낄 정도였습니다.

옆에서 경기를 함께 지켜보던 수원 관계자들 역시 “열기도 기대 이상이고, 경기력도 기대 이상이다. U-18리그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경기장의 이런 분위기를 보니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며 잔뜩 고무된 모습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차범근 감독 역시 “U-18팀 선수들의 경기를 처음 봤는데, 아주 감각적이고 조직적이고 전략적으로 경기를 잘 치렀다”고 칭찬하면서 “우리 매탄고 선수들은 조만간 수원삼성에 들어와야 할 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목표와 꿈을 가지고 계속 발전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경기를 보여줘 U-18리그에도 수원팬들이 많이 찾아오게 만들었으면 한다. 계속 발전해서 수원 유니폼을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흡족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U-18리그 경기를 본 뒤에 제가 이동한 곳은 남양주 종합운동장이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K3리그 개막전인 남양주 시민축구단과 포천 시민축구단의 경기가 저녁 7시부터 열렸죠.

길을 몰라 조금 헤맨 끝에 경기장에 도착하니 6시 무렵이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는 오프닝 게임으로 연예인 축구단간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시끄러운 장내 아나운서의 해설과 육상 트랙을 오가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모습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재래시장에 온 듯한 시끌벅적하고 산만한 축구장의 분위기를 간만에 느끼게 되어 기분이 묘했지만, 그것도 오랜만에 느껴보니 나름 신선하고 흥미로웠죠.

요란했던 오프닝 게임이 끝나고, 본 게임을 위한 리허설에 들어가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KFA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실시되는 K3리그 생방송 중계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남양주시의 유력 인사들도 남양주 시민축구단의 머플러를 목에 두른 채 본부석에 자리 잡았고, KFA에서는 장원직 부회장이 개막전을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경기장을 다시 한번 돌아보니 아담하지만 깔끔한 것이 K3리그에 딱 맞는 구장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부석 건너편에는 포천 시민축구단을 응원하는 서포터 8명이 깃발을 흔들며 열렬하게 “포천!”을 외치고 있고, 본부석 왼쪽 골대 뒤에는 남양주 시민축구단 서포터 7~8명이 역시 깃발을 흔들며 “남양주!”를 외치며 분위기를 돋구었습니다.

여기에 경기장에서는 2005년 은퇴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소식이 궁금했던 ‘대전의 전설’ 장철우 선수가 남양주 시민축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었습니다. K-리그 대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선수를 K3리그 무대에서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갑더군요. 은퇴 후 대학원에서 공부에 매진하던 장철우 선수는 남양주 시민축구단에서 선수겸 코치로 뛰고 있는 친구의 요청을 받고 다시 축구화를 신었다고 합니다.

장철우 선수 말고도 서울 유나이티드의 제용삼, 정재권 선수라든지, 용인 시민축구단의 이영진, 김정수, 조현두 선수, 양주 시민축구단 소속으로 뛰게 될 장대일 선수 등 90년대 K-리그 무대를 수놓았던 왕년의 스타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올드 축구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일 것 같습니다.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축구 스타가 마지막 봉사의 차원으로 고향의 하부리그 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그런 광경이 연상되기도 하죠. 물론 아직 한국은 고향 팀이라기보다는 동료나 선배의 요청으로 합류하는 케이스이긴 합니다만...

무엇보다 저를 흥겹게 만든 장면은 본부석 관중석이었습니다. 선수들의 가족, 혹은 친구들, 그리고 운동복 차림의 아저씨들, 그리고 가족 단위로 놀러와 도시락을 먹으며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의 모습들이었죠. 그리고 경기가 조금 흐르자 일방적인 남양주 편애모드로 돌입하는 관중들의 모습이란...

아마 KFA 홈페이지를 통해 이 경기의 생방송 중계를 지켜봤던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생수통을 두드리며 “짝짝짝~짝짝~대한민국~”을 바꿔서 “짝짝짝~짝짝~남양주시~”를 목청 높여 외치던 어린 꼬마들의 응원은 경기장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고, 그 영향으로 팔짱을 끼고 경기를 관전하던 아저씨들까지도 “짝짝짝~짝짝~남양주시~”를 함께 연호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제가 뿌듯하더군요.

경기 중계를 하던 KFA의 송기룡 부장과 김종윤 과장이 “마치 잉글랜드 FA컵에 출전한 3부리그 팀의 경기장에 온 듯한 느낌”이라고 평했는데, 그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작고 아담한 경기장이지만, 축구를 좋아하고, 자신의 고장 팀을 사랑하는 팬들이 모여, 가족과 함께 축구를 즐기면서 응원하는 문화, 이것은 제가 축구 매니아의 길로 들어섰던 90년대 중반 하이텔 축구동호회 시절부터 한국의 축구팬들이 꿈꿔왔던 그런 것이었죠.

어느 세월에 이 꿈이 이뤄질까 싶었는데, 지난 주말에 저는 수원 월드컵 보조구장에서, 그리고 남양주 종합운동장에서 그 싹을 발견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축구는 풀뿌리 축구에서부터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든 느낌이 듭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K-리그 팀의 U-18팀을 응원하기 위해 수원 월드컵 보조구장을 찾은 수원팬의 모습에서, 생수통을 두드리며 ‘짝짝짝~짝짝~남양주시~’를 외치는 남양주 꼬마팬의 앙증맞은 목소리에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느꼈다고 하면 너무 감상적일까요?

어쨌든 비록 시작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분명 그 끝은 창대하리라 믿으며, K3리그와 U-18리그, 그리고 그밖에 한국축구를 지탱하는 풀뿌리 축구가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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