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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변 연출할 뻔 했던 청주솔베이지의 아름다운 퇴장

2008년 3월 10일에 KFA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


2008 하나은행 FA컵 예선 3라운드가 펼쳐졌던 김천 종합운동장.
사실 이날 예선 3라운드 4경기 중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전통의 대학강호’ 고려대와 ‘K3리그 챔피언’ 서울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최고의 명승부는 작년 대학선수권 우승팀인 호남대와 코니그린컵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2종 클럽 청주 솔베이지와의 경기였다. 예선 3라운드가 열리기 전에 많은 사람들은 4경기 중 승부가 가장 확실한 경기로 호남대-청주솔베이지전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대-서울 유나이티드전(위 설명), 연세대-김해 FC전, 천안시청-숭실대전(이상 대학 강호와 내셔널리그 팀간 맞대결)이 나름대로 재미있는 승부가 예상되었던 것에 비해 청주솔베이지의 전력은 몇 수 아래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 시작부터 청주솔베이지는 호남대의 파상공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 25분에는 선제골을 내주기에 이르렀다. 이 골이 들어간 이후, ‘승부는 사실상 끝났구나. 대량득점으로 이어지겠는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대량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결국 전반은 0-1로 끝났고, 사실 경기내용도 상당히 지루했다. 이미 승부 예측을 끝내버린 일부 축구팬들은 옆 보조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천안시청-숭실대전을 보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고, 나 역시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결국 경기장에 남아있던 나는 보조구장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이 샘을 낼 만큼 멋진 후반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청주솔베이지는 후반 5분 만에 동점골을 뽑아내며 경기장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3분 뒤에 추가실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후반 16분에 또다시 동점골을 뽑아냈고, 34분에는 마침내 역전골을 터트리기까지 했다. 스코어 3-2. 몇 안되는 김천 종합운동장의 관중들은 열광했고, 특히 청주솔베이지 선수들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일군의 무리는 괴성에 가까운 함성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그 때만 해도 올라갈 줄 알았어요. 경기 종료가 되는 그 짧은 순간을 못 견딜 줄은 몰랐죠.” - 청주 솔베이지 김민규 감독

그렇다. 3-2로 끝날 것 같은 경기, 2008 FA컵 최대의 이변으로 기록될 수 있었던 그 경기는 경기 종료 30초를 남겨놓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후반 45분이 끝나고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청주솔베이지는 1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전원수비로 나섰다. 그러나 자존심을 건 호남대의 반격은 매서웠고, 결국 청주솔베이지는 종료 직전에 호남대에 헤딩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바로 이어진 승부차기. 다 이긴 경기를 놓친 청주솔베이지 선수들은 뭔가 집중력이 빠져나간 듯 보였고, 호남대 선수들은 기세를 탔다. 결국 청주솔베이지는 3명의 선수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1-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다가간 김민규 감독은 “잘했어. 이만하면 잘한거야. 본선에 올라가면 추첨에서 수원삼성을 뽑아서 최고 선수들과 뽀대나게(?) 한판 대결을 펼쳐보고 싶었는데..”라며 격려 겸 농담을 던졌다.

경기 후 인사를 위해 김 감독을 찾아온 호남대 이태엽 감독도 “우리가 진 경기였습니다”라며 진심어린 악수를 청했다.

“3-3에서 승부차기에 들어갔을 때 선수들에게는 우리가 이겼다고 이야기했어요. 우리로서는 어차피 져도 본전이니까 부담 없이 차라고 했죠. 그런데 3명이나 실패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운이 따르지 않은 거죠.”

“후반 종료의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한 것은 너무 아깝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호남대 선수들이 흘린 땀과 시간이 우리 선수들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 결과가 맞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야 다들 직장이 있고, 1주일에 한번 정도 모여서 훈련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노력의 결과로 놓고 보면 호남대가 승리하는 것이 맞는 것이죠. 그래도 우리는 즐기면서 플레이했어요. 축구를 즐기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요.” - 김민규 감독

사실 이날 호남대전에는 청주솔베이지의 주전 선수가 모두 참가한 것도 아니었다. 2종 클럽인 청주솔베이지는 각자가 직장을 갖고 있고, 회사 사정에 따라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주에 있었던 LG 실트론과의 FA컵 예선 2라운드에서는 13명의 선수만이 참가했고, 이날 호남대전에서도 16명으로 경기를 펼쳤다. 그런 가운데 만들어낸 멋진 승부였기에 아쉬움은 남지만, 모두 만족하며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경기가 있으면 개인적으로 회사일을 빼야 합니다. 호남대전에도 주전 4명이 합류하지 못했는데, 회사 일 등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죠. 교체 멤버도 거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선수들은 몸이 좋지 않아도 계속 뛰어야 했죠.”

2008 FA컵에서의 이변 연출에는 실패했지만, 청주솔베이지 선수들은 다음을 기약했다.
2종 클럽의 최강자를 넘어서 이제는 K3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었다. 성인 축구팀이 없는 청주시에 청주솔베이지가 주축이 되어 제대로 된 축구팀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열망이야말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들이 견뎌낼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단장님이나 회장님도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K3리그 팀으로 청주를 연고로 창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적보다도 청주에도 제대로 된 팀이 생겼구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높은 수준에 있는 팀에 가서 운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싶습니다.” - 김민규 감독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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