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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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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한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2007 동원컵 왕중왕전 결승전이 열렸던 24일 대구 시민운동장.
결승전의 주인공들은 광명광덕초와 의정부신곡초였습니다. 이 두 팀은 전후반과 연장을 1-1로 비겼죠.

이제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던 찰나, 양 팀 코치가 1명씩 본부석 앞쪽으로 오더군요. 그리고 동전던지기에 이어 추첨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축구에서는 KFA 규정에 따라 승부차기 없이 추첨으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 때문이었죠.

양 팀 코치들이 추첨을 하는 순간, 저는 인상 깊은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제 위치가 신곡초 쪽이었는데, 그 어린 선수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글썽이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축구소년들의 입에서는 “제발 한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한번만...”이라는 말이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추첨으로 우승팀이 결정되는 그 상황에서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늘에 기도하고 애원하는 것밖에는 없었을 테죠.

그리고 너무나도 간절한 그 외침에 저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더군요. 이 아이들의 그 간절한 표정들을 담아두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장면은 근래에 본 그 어떤 것보다도 감동적이었고, 더불어 파인더를 바라보는 제 눈가도 약간 촉촉해지더군요. 아마도 그 아이들의 너무나도 절실한, 그리고 우승을 갈망하는 순수함이 저에게도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신곡초 아이들의 간절한 기도는 허사로 끝났습니다. 추첨 결과 동원컵 왕중왕전 우승팀은 광명광덕초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추첨이 발표되는 순간, 신곡초 아이들은 하나둘씩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어깨를 다독이며 신곡초의 김상석 감독과 코치들은 “괜찮아, 울지마”를 반복했죠.

승리를 만끽하고 있던 광명광덕초의 장용복 감독과 최준환 코치도 신곡초 선수들에게 다가와 “울지 마. 진 게 아니잖아. 같이 우승한 거야”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모습이었습니다.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승부가 끝난 후에 보여지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모습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 신곡초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빙 둘러서서 그들만의 의식을 치렀습니다. “우리는 진 게 아니다. 울지 말자”라는 코치 선생님의 말과 함께 그들은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진정된 모습이어서 괜시리 안심이 되더군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초등학교 축구에서는 승부차기 제도가 없습니다.
승부차기의 가혹함을 견뎌내기에는 초등학생들이 너무 어리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어린 나이에 너무 큰 마음의 상처를 안을 수도 있기에 동의합니다.

실제로 같은 날 열린 성남과 우라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승부차기에서 유일하게 실패한 최성국 선수가 결국 팀이 패배한 뒤, 피치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동료들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승부차기는 정말 가혹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기에 어린 선수들에게는 그 고통을 안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승한 팀도, 그렇지 못한 팀도 개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 4월부터 권역별 리그를 거쳐 221개팀 중에 살아남아 결승까지 올라온 두 팀인데, 그 우승의 향방이 추첨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허무할 수 있지 않나 싶었죠. 적어도 우승컵을 결정짓는 결승전만큼은 어찌됐든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짓는 것이 더 적절한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 아이들은 패배하면 눈물을 흘려야 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이미 발을 들여놨습니다. 아마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프로 등 위 레벨로 올라가면 갈수록 더욱 치열하고 무서운 승부의 세계를 맛보게 될 테지요.

그 때가 되면 더욱 뼈아픈 패배의 눈물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눈물에는 단순히 우승에 대한 열망으로만 흘렸던 지금의 눈물과는 다른, 더 많은 무게와 의미가 담겨 있겠죠.

그 때가 되면 초등학교 시절에 흘렸던 지금의 눈물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저는 이 아이들이 가능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금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채, 웃으면서, 축구를 즐기면서 행복하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승의 기쁨을 누린 광덕초 선수들, 그리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신곡초 선수들...
모두들 고생 많으셨고, 지금의 이 순간을 결코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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