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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K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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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K리그 최종전, 축구의 매력에 흠뻑 취하다.


축구를 볼 때 내게 가장 짜릿함을 안겨주는 것은 승리에 잔뜩 굶주린 선수들의 치열함이다.
기본적으로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리를 향한 욕망이 최대의 미덕이며,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선수들의 치열한 몸부림을 보며 축구팬들은 희열을 느낀다.

공을 상대 골문에 넣기 위해 들소처럼 돌진하는 선수들의 모습, 상대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물러섬 없이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치는 힘의 대결,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는 수비수와 공간을 침투하려는 공격수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 등을 지켜보면 치열함을 넘어서서 일종의 비장한 아름다움까지도 느껴진다.

여기에 11명, 11명씩 총 22명이 각자의 구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펼치는 유기적인 전술적 움직임과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일사불란한 변화, 상대의 목에 비수를 꽂기 위해 틈을 노리는 감독들의 두뇌싸움이 더해지면서 축구는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 된다.

9일 열렸던 부천과 대전의 후기리그 최종전은 이러한 축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멋진 한판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무조건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부천과 이미 플레이오프행은 물 건너갔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대전의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 경기는 처음부터 불꽃이 튀었다.

특별한 스타는 없지만 팀원 전체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한 조직력과 피치 전역을 누비는 부지런함을 무기로 삼는 비슷한 팀 컬러를 갖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은 서로에게 힘든 경기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부천의 감독이었던 대전 최윤겸 감독과 현재의 ‘상승 부천’을 만들어낸 정해성 감독의 대결이란 점도 축구팬들에게는 흥미거리였다.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팽팽한 힘 싸움을 전개했고, 어느덧 전반 45분은 그렇게 흘렀다.

그리고 승부의 진정한 매력은 후반 45분 동안 모두 드러났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정해성 감독과 최윤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한윤과 알리송이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고, 특히 알리송은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해 부천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결국 후반 19분, 알리송은 부천의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절묘한 아웃 프런트킥을 시도했고, 이것은 부천 골키퍼 조준호가 힘껏 뻗은 손을 넘어 골네트를 갈랐다. 그리고 이 골은 치열하면서도 활기 넘쳤던 후반전 승부의 도화선이 됐다.

플레이오프행을 위해서 결코 질 수 없었던 부천은 대전 골문을 향해 노도와 같은 공세를 퍼부었고, 이에 맞서는 대전은 수비를 견고히 한 채 알리송을 이용한 빠른 역습으로 간간히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편 기자석에서는 기자들이 부천-대전전을 지켜보는 가운데에도 타 팀 경기상황까지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2가지 일을 소화하느라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을 알기는 하는지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눈앞의 상대를 제압하는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후반 45분이 재미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앞서 말했던 승부의 치열함 때문이었다.
대전전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행 진출 여부가 달려있는 부천 선수들은 정말 미친 듯이(좋은 의미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공을 쫓았고, 온 몸으로 상대와 부딪치고, 슛을 쏘아댔다. 이러한 부천의 기세에 눌렸는지 대전 선수들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었으나 이것은 상대적인 비교일 뿐이었고, 대전 선수들 역시 이와 같은 경기 분위기에 동화됐는지 큰 의미가 없는 경기임에도 승리를 위한 강렬한 승부욕을 보여줬다.

이런 분위기에 경기장을 찾은 부천 홈팬들까지도 감화됐는지 부천의 공격이 하나하나 이어질 때마다 함성을, 그 공격이 무위로 끝났을 때는 일제히 탄식을, 그리고 대전이 역습을 시도하거나 대전 선수가 경기장에 드러누워 있을 때는 가차없는 야유를 퍼부으며 일방적이고도 유쾌한 홈 편향 모드의 응원을 보여줬다. 후반 45분, 최철우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을 때는 경기장 전체가 들썩거렸고, 9분의 인저리 타임에는 원정 온 대전 서포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도하는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환호하는 대전 선수들과 피치에 주저앉는 부천 선수들의 극명한 대비, 실망하는 선수들을 추스른 정해성 감독이 선수들을 하프라인을 동그랗게 둘러싸게 하고 올 시즌 성원해준 홈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과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선수들을 격려하는 홈팬들의 박수소리까지...
어찌 이런 경기가 재미없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돌려보자.
최근 들어 많은 축구팬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시청할 것이다.
그들의 엄청나게 빠른 경기템포와 박진감 넘치는 경기 전개는 절로 감탄할 만 했다. 일부에서는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경기템포를 보다가 K리그 경기를 보니 너무 느려 볼 맛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하곤 한다.

물론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의 재미를 가장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것은 ‘선수들이 얼마나 승리에 목말라있고, 그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피치에서 불태웠느냐’의 여부인 것 같다.

프리미어리그를 보고 가장 감탄했던 것은 ‘선수 전원이 어쩌면 저렇게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뛸 수 있을까’라는 점이었다. 선수 개개인이 승리에 대한 강렬한 열정을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이 경기에 바치겠다는 신념으로 피치를 누빈다면 그 경기는 절대 지루해질 수 없다.

선수의 그런 열정은 플레이에 실리기 마련이고, 이것을 지켜보는 관중 역시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호흡과 자신의 호흡을 일치시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기 역시 방관자의 입장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입장으로 바뀌고, 어느덧 자기 자신이 경기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이쯤 되면 K리그의 경기템포가 너무 느리다느니 투박하다느니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팀의 팬이냐, 아니냐의 여부 역시 그리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어제 지켜봤던 부천-대전전 외에도 얼마 전 있었던 포항-울산의 경기 역시 비슷한 경기였다.
결과에서도 0-1로 지고 있던 포항이 이정호의 극적인 역전골로 2-1 역전승을 거두는 드라마틱한 과정이었지만, 그보다는 플레이오프행을 위해 절대 질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팀의 승부에 대한 치열함이 팬들을 감동시킨 경기였다. 승리를 향한 그 처절할 정도의 열정이야말로 그 경기를 명승부로 만들었던 요소였으며, 경기 막판에 있었던 양 팀 선수간의 몸싸움까지도 추잡한 패싸움이 아니라 경기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드릴 수 있게 만든 원인이었다.

분명 아쉽게도 아직까지 K리그의 모든 경기가 자신의 100%를 모두 피치에 쏟아붓는 승부에 대한 치열함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분명 몇몇 경기는 맥없는 경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절명의 순간, 팀이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마느냐의 경기에서 보여주는 K리그의 모습은 충분히 팬들에게 감동을 줄 만 하다. 프리미어리그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이 걸려있었던 최근 몇몇 경기들에서는 하나같이 이런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고, 경기를 지켜보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자면 팀의 운명이 걸려있는 몇몇 중요한 경기 뿐 아니라 자신들이 피치에서 뛰는 모든 경기에서 100%를 쏟아 부을 수 있어야 한다. 어차피 축구가 자신의 모든 것이며, 축구를 통해 부와 명예를 거머쥐어야 하는 것이 프로축구선수들이다. 모든 경기가 중요한 경기이며, 모든 경기를 팀의 운명이 걸려있는 경기로 생각하고 그런 경기에서 보여주는 투쟁심과 치열함을 보여줘야만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몇몇 경기에서는 분명 그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기를 시즌 내내 보여준다면 분명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은 늘 수밖에 없다. 이런 경기를 보고도 경기장을 다시 찾지 않을 사람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11월 20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물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경기들인 만큼 다시 한번 축구팬들에게 희열을 안겨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2006 K리그의 모든 경기 역시 그런 경기가 될 것임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 MUKTA 상헌 --


    
SHJ 명문이었소! 2005/11/11
MUKTA 닉네임을 자주 바꾸는군..후후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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