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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웠던 한일 지도자들의 교류

한일 양국 유소년지도자들의 유쾌했던 만남 ⓒ이상헌

20일 남해 스포츠파크에서는 한일간에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대한체육회가 주관한 한일교류전의 일환으로 열린 U-14 대표팀간의 친선경기에 참가한 한일 유망주들이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

이들은 오전에는 일본 코칭스태프의 주도 하에, 오후에는 한국 코칭스태프의 주도 하에 각각 합동훈련을 펼치며 새로운 경험을 얻었다. 그것은 양 팀 코칭스태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합동훈련을 통해 양 팀 지도자들은 한국과 일본 축구가 어떤 점이 다른지를, 어떤 점을 배워야할지를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일단 훈련에서 나타난 한일 양 팀 선수들의 차이는 한일 축구의 차이만큼 명확했다.
그 차이는 그라운드의 1/4 정도의 구역에서 펼친 패싱게임에서부터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한국 선수들이 패스를 받는 순간부터 빠르게 움직이며 역동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일본 선수들은 패스를 받는 순간부터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은 양국 축구가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양국 지도자들이 서로 상대팀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는 것.
일본 지도자들은 “한국 선수들의 역동성이 놀랍다. 패스 받는 동료가 상대 수비수의 밀착마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 곳으로 볼을 투입시켜 경합을 벌이게 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 무모할 수도 있지만, 강한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일본 선수들이었다면 그 동료에게 연결하지 못하고 옆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며 도망가는 플레이를 펼쳤을 것”이라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낸다.

반면 한국 지도자들은 일본 선수들의 영리함을 칭찬한다.
“일본 선수들은 자신이 볼을 받아 패스를 연결한 뒤 패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움직인다. 우리처럼 강하게 부딪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듯 보여서 조금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좋다”는 것이 일본 선수들에 대한 한국 지도자들의 감상.

결국 서로의 축구에 대한 호기심은 저녁 식사 후 대토론으로 이어졌다.
숙소였던 남해 힐튼 리조트의 한국팀 김은철 감독대행(송경섭 감독은 파주에서 P코스 이수중)의 방에는 한국 U-14 대표팀의 김은철 감독대행, 정정용 코치, 최익형 GK코치, 그리고 여자 U-15 대표팀의 이충호 GK코치, 울산과학대 최광지 감독과 일본 U-14 대표팀의 요시타케 감독, 시마다 코치, 오카나카 GK코치, 가토 팀 닥터가 모였다.

이들은 맥주를 마시며 한일 축구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필자 역시 운 좋게도 이 자리에 함께했고, 여러 흥미로운 의견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들을 이야기해보겠다.

1. 패스와 움직임, 기본기에 대해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의외였던 것은 한국 선수들의 패스에 대한 일본 지도자들의 칭찬이었다. 일본의 시마다 코치는 “패스훈련을 하는데 일본 선수들의 패스가 통통 구르면서 밋밋하게 나가는 반면, 한국 선수들의 패스는 쭉 나가는 느낌으로 강한 패스가 나왔다”고 평했다.

사실 지금까지 봐왔던 한국 선수들의 패싱력은 유럽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느리고 강도가 약했기에 이런 평가는 매우 놀라웠다.

이에 대해 일본 지도자들은 “한국 선수들은 기술이 좋고 짧은 거리에서의 주고받는 패스가 뛰어났다. 좁은 지역에서 서로 패스를 연결해나가는 부분이 일본 선수들에 비해 한 수 위였다”고 말한다. 이어서 “다만 그것이 좁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반대편으로의 전환패스라든지, 좀 더 넓게 보면서 연결해주는 패스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 이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 무서운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본 지도자들은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뛰어남을 칭찬하며, 기본적인 부분에서 일본 선수들에 비해 잘 갖춰져 있음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기본기 부족은 지금까지 한국축구의 보완점으로 항상 이야기해왔던 주제 아닌가. 외부에서 바라본 일본 지도자들의 평가는 색다른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자 연관되어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예전 U-20 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을 인터뷰했을 때 여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전체적인 기량 면에서는 요즘 선수들이 낫지만, 기본적인 몇몇 부분에서는 옛날 선수들이 더 탄탄했다. 사실 예전에 우리를 가르쳤던 지도자 분들은 많은 훈련방법을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한 훈련을 반복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최근에는 너무 다양한 훈련방법을 짧은 시간에 가르치다보니 지속적인 반복훈련이란 측면에서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뭔가 익힐 만 하면 새로운 것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하지만 지속적인 훈련이 더 나을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박성화 감독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 일본 지도자들 역시 동감을 표시했다.
“우리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너무 복잡한 훈련보다는 단순하지만 기초를 확실히 익힐 수 있는 훈련방법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 요시타케 감독

한편 한국 지도자들은 앞에서도 언급됐듯이 일본 선수들의 공간 움직임에 대해 칭찬했다.
김은철 감독대행은 “일본 선수들은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한국 선수들에 비해 월등했다. 항상 패스받기 쉬운 공간으로 움직여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패스를 주는 입장에서도 쉽게 패싱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평했다.

일본축구의 특징인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을 통한 미드필드 플레이는 이와 같이 패스를 받는 공간으로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2. 생각하는 축구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주제는 생각하는 축구에 대한 것이었다.
일본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생각하는 축구를 하게 만들기 위해서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시행착오가 생긴다. 선수들에게 생각하는 축구를 주문하다보면 초기에는 선수들의 반응이나 패스 타이밍, 움직임 등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플레이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도기에서 지도자가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초기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축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한국 지도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100% 공감했다. 다만 한국의 현실이란 것이 지도자가 이런 초기의 부작용을 참고 견딜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성적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지도자가 과연 얼마나 과도기를 참아줄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한국의 현실인 것이다.

덧붙여 최광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는데, 사실 우리는 초등학교 선수들부터 고교 선수들이 배워야 하는 부분들을 익히고 있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문제는 각 연령대별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고,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단계를 무시하고 초등학교부터 모든 것을 습득하기 때문에 결국 성인이 됐을 때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3. 수비의 치열함

아마 이 부분은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공감하리라 본다.
일본 지도자들은 한국 선수들의 강인한 수비 마인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일본 선수들은 상대 공격수를 자신의 위치에서 1미터 범위 내에서만 견제하고 있으면 그것이 제대로 마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상대 공격수와 어떻게든 몸을 부딪쳐 싸움을 펼쳐야 진정한 마크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선수들에게도 좀 더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라고 이야기하지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
한국 지도자들 역시 이 점에 동의했다. 덧붙여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축구에서도 이렇게 나타나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4. 피지컬의 강화? 일본만의 축구?

마지막으로 일본 지도자들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 일본 대표팀의 오심 감독이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오심 감독은 JFA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일본은 최근 피지컬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피지컬적으로 강한 선수들을 발굴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멕시코를 보면 결코 피지컬적으로 강한 팀이 아니다. 그들의 체구는 조그마하지만, 세계 어느 팀도 멕시코를 쉽게 이기지 못한다. 일본 역시 피지컬적인 부분의 강화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일본 특유의 세밀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살려 일본만의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일본축구의 방향에 대한 새로운 모색일 수 있다.
2년 전 필자가 일본 J빌리지에서 JFA 다지마 고조 기술위원장과 인터뷰했을 때 그는 일본축구의 방향에 대해 “이제 일본은 예전과 같이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을 발굴하는데 전념할 것이 아니라 피지컬적으로 강한 선수들의 육성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밝혔었다.

다지마 기술위원장은 세계와 맞서기 위해서는 유소년 시절부터 피지컬적으로 강한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그 일환으로 스트라이커 프로젝트와 골키퍼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일본 U-14 대표팀 지도자들은 “두 프로젝트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골키퍼에서는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스트라이커 쪽은 여전히 인재가 발굴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선수를 발굴하는 방법이나 안목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축구계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강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했다.
일본축구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에 맞춰 일본축구가 나아가야할 큰 방향을 설정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심하는 모습은 우리도 본받을 점인 것 같다.

어쨌든 한일 양 팀 지도자들의 축구 이야기는 오후 9시부터 시작되어 밤 12시가 다 되도록 계속됐다. 중간 중간 서로에 대한 재미있는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눈 지도자들은 다음 기회에 또다시 축구에 대한 의견교환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자리를 끝냈다.

‘따로 또 같이’
결국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견제하고, 배우고, 경쟁하면서 커나가야 한다. 각 연령대의 한일 정기전 뿐 아니라 양국 축구인들간의 교류 역시 좀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날 양국 지도자들의 짧은 만남을 통해 느꼈다.


* 기사와 관련된 여러 정보제공과 함께 통역까지 맡아준 KFA 기술국 차영일 대리에게 감사드립니다.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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