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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 "한국축구의 뿌리는 K리그"②


2003년 2월 12일 대한축구협회 홈피 기사...


1편에 이어 계속...

- 성남의 K리그 우승 5번과 아시아클럽컵, 아시아 수퍼컵 및 아프로-아시아 클럽컵 우승 등을 맛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거나 기뻤던 우승이 있다면.

우승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웃음) 그러나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포항을 챔피언결정전에서 꺾고 우승했던 1995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을 보름 앞두고 허리를 다쳤었다. 대표팀 시합이 있어서 갔다가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대표팀 경기와 팀 경기를 모두 뛰지 못했다. 1차전을 포기한 나는 포항에서 열린 2차전 역시 뛰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실제로 박종환 감독님은 전반에 나를 내보내지 않으셨다. 전반을 0-2로 뒤진 상태에서 후반을 맞이하게 됐는데 박 감독님께서 "한번 뛰어볼래?"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여기에서 한번 멋지게 뛰어서 팀도 우승시키고 MVP도 한번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 당시까지 우리 팀이 포항 가서 역전시킨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힘들지만 한번 해보겠다라고 마음먹고 나갔는데 내가 2골, 1도움을 하면서 3-3으로 극적으로 비겼다. 짜고 한 것도 아닌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재미있었던 경기였고, 그 경기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축구가 이렇게 재미있었는지 몰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 K리그 역사상 가장 명승부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3차전까지 가서 우리가 우승을 차지했고 나는 첫 MVP를 수상했다. 그 때가 너무 힘들었고, 극적이었는지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 당시 박종환 감독과 현재 차경복 감독을 비교해 본다면.

두 분이 경희대 친구분이시다. 겉으로 볼 때 두 분 모두 선수들을 풀어주기 보다는 강하게 이끄시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 타협하기보다는 끌고 가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옛날 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종환 감독님은 절대 지는 것을 싫어하신다. 그러나 돌아서면 잔정이 많은 분이시다. 차경복 감독님은 성남이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부임하셨는데 "태용아, 노력해서 좋은 팀 만들자"라고 나에게 당부하셨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강하게 하셨는데 나에게는 "네가 알아서 해라, 네가 뭘 하든 네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라고 이야기하셨다. 나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두 분 모두 잔정이 많으시고 나이도 지극히 드셨기 때문에 나에게 많이 베풀어주셨다. 앞에서는 절대 그런 내색을 보이시지 않지만 돌아서면 따뜻하게 인간적으로 많이 대해주시는 분들이다.

- 고향이 포항 근처인 영덕이라고 들었다. 또한 대학 역시 포항과 연관이 많았던 영남대를 나왔고. 포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많았다.(웃음) 고향팀에서 뛰고 싶다라는 생각은 많이 했었다. 그리고 솔직히 포항으로 갈 줄 알았다. 당시에는 드래프트 제도가 있었다. 독일에서 올림픽대표팀 전지훈련을 끝내고 돌아오는데 드래프트 전날 신문에 한 페이지에 걸쳐 내가 포항으로 간다는 기사가 나왔더라. 또한 나 역시 포항에서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당연히 포항으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당시 드래프트 신청기간이 지난 뒤에는 드래프트 신청을 하지 않은 선수는 프로팀에서 뽑을 수가 없었는데 드래프트를 거부했던 (홍)명보형 등 몇 명을 구제해주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래서 명보형이 드래프트 신청을 했고 명보형이 포항을 가면서 내가 못 가게 됐다. 당시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후에도 포항에서 몇 차례 러브콜이 있었는데 성남에서 이적료를 굉장히 높게 불렀기 때문에 성사되지는 않았다. 92년부터 93,94년이 워낙 잘 나갔을 때였으니까 말이다. 이제는 성남에서 선수생활을 끝내려는 마음이다.

- 말이 나온 김에 한가지 묻는다면 고교졸업 당시 청소년대표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등 명성이 높았는데 서울의 축구명문이 아닌 영남대로 진학했던 이유가 있는가?

당시 나와 무척 친했고 내가 좋아했던 동료가 있었다. 서울의 축구명문에서도 제의가 있었지만 그 쪽에서는 나 혼자 오기를 원했다. 나는 친구와 꼭 같이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고 마침 영남대에서 같이 받아주겠다고 해서 영남대로 진학했다.

- 50-50클럽을 김현석에 이어 2번째로 달성했는데 60-60클럽은 최초 달성에 대한 욕심이 클 것 같다.

사실 50-50클럽은 많이 아쉬웠다. 현석형한테도 "50-50클럽은 형이 먼저였지만 60-60클럽은 내가 절대 양보 못해"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었다.(웃음)

도움 3개만 기록하면 되니까 이번에는 내가 먼저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작년 시즌에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실패해서 아쉬웠고, 올해는 경기수도 많아졌으니까 60-60클럽을 넘어 70-70클럽도 한번 노려볼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시스트이다. 차라리 골을 넣는 것이 더 편한 것 같다.(웃음)

- 사실 기록으로 보나, 우승에 대한 공헌도로 보나 K리그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되는데 그에 반해 스포트라이트가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웃음)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것 아닌가. 그렇지만 현실을 직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내 성격에 내가 못 참아 씩씩거리고 그랬을 텐데 이제는 그런가 보다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워낙 월드스타들이 많이 탄생하지 않았는가.(웃음) 속마음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한번 넘어가다보니 그 다음부터는 괜찮다. 그런 것을 계속 생각하고 되새기면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 이것은 역시 축구팬들의 국가대표팀 경기 선호와도 연관이 깊은데.

우리 축구팬들이 그것을 원하니 자연히 매스컴도 국가대표팀 위주로 따라가게 마련이다. 사실 뿌리는 그 나라의 프로축구가 잘 되어야 국가대표도 잘 되는 것 아닌가. 이제 바뀌어야할 때인 것 같다. 일단 프로축구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면 국가대표는 자연스럽게 잘할 수 밖에 없다. 모두들 잘 알고 있을 텐데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 한 팀의 간판선수로서 10년이 넘게 꾸준히 K리그를 지켜온 것에 대해 열성 축구팬들은 감사와 존경을 보내고 있다.

사실 대표생활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나름대로 대표팀에서 못했던 것을 프로에서 열심히 하면 그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마음먹고 열심히 했다.

예전에는 좋은 조건이 오면 팀을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는 성남을 위해 마지막까지 봉사하고 싶다. 그리고 성남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정도 크지 않았나 생각하고 팀에 대한 애착도 크기 때문에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2001 시즌 우승 후 일본진출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있긴 했다. 그런데 차경복 감독님께서 "절대 안된다. 태용이 보내면 그런 선수를 어디서 구하냐, 팀 전체를 이끌어가는 그런 통솔력을 누구한테 기대할 수 있느냐, 돈을 더 줘서라도 잡아야 한다"라고 구단에 요청하셨다.

구단도 그것을 받아들였고 나 역시도 어느 정도 보상이 된다면 일본을 포기할 생각이 있어 협의 끝에 받아들였다. 사실 일본행에 대한 아쉬움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99년이었던가, 독일행이 논의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적료만 조금 낮았으면 갈 수 있었다. 그 때 가지 못했던 것이 해외진출건과 관련해서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다.

- 성남 이외에 이 팀에서 뛰었으면 재미있는 축구를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팀이 있나?

K리그 팀들이 대부분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별히 그런 생각을 한 팀은 없다. 다만 앞에서도 밝혔듯이 고향이 포항이다보니 포항에 가야겠다라고 마음먹은 적은 있다. 포항에 가서 우승도 시켜보고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다 옛날 이야기이다.(웃음)

- 사실 성남이 막강한 전력을 갖고 있음에도 수원이나 안양 등 신흥 명문클럽들에 비해 뭔가 촌스럽다고 해야할까, 세련된 이미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 역시 동감한다. 우승을 많이 했음에도 그에 비해 인기가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우리 팀의 모체가 통일교라 기독교인들의 반발도 많이 있었고, 일반인들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팀의 모체가 통일그룹이기는 하지만 선수들한테 통일교를 믿어보라고 이야기한 적은 한번도 없다. 감독님도, 나도 불교신자이며 교회에 다니는 선수들도 많다. 통일교 신자는 한 명도 없다.

또 한가지 성남 구단 프런트분들의 생각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 이제는 성적을 올리는 것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마케팅적인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팬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팀의 프런트 행정은 팬들을 위한 성남 일화가 아니라 성적을 내기 위한 것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이제는 생각을 조금 바꿔서 운동장을 찾아오신 팬들에게 편하게 즐겁게 축구를 관람하고 돌아갈 수 있게 해야한다. 우승도 5번이나 했는데 이제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팬들을 위한 운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 프로에 데뷔한지 어느덧 11년이 지났다. 언제까지 K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나?

체력이 된다면 끝까지 하고 싶지만 정상에서 물러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항상 고민스럽다. 언제까지 뛰겠다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추하게 물러나진 않겠다. 내 자신이 생각하는 어느 선이 되면 은퇴하려고 한다.

- 92년 프로데뷔 당시와 현재의 K리그를 비교해본다면.

예전에는 운동장 여건이나 모든 것이 열악했다. 본의 아니게 축구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 지금은 운동장이 열악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될 정도로 운동장 여건은 좋다. 이제 선수들이 노력해서 찾아온 팬들에게 좋은 경기, 깨끗한 매너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K리그의 경기력 자체를 비교해본다면 예전보다 선수들의 매너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거친 경기보다는 심플하게 경기를 펼치려 노력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공을 차려다 사람을 차기도 했다.(웃음) 또한 동업자 정신이 부족해 서로 차고 해꼬지하려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은 모두 없어졌다. 동업자 정신도 투철해지고 선수들도 축구팬들을 위해 좋은 경기를 보여주려 많이 노력한다.

- 최근 신세대 축구선수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축구 외에도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그러는 것은 좋다고 본다. 다만 자기 혼자 잘나서 프로축구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니까 기존의 선배들에게 예의를 지킬 때는 지켜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하고 그런 모습이 보기 좋지만 그 대신 매스컴에서 조금 띄어줬다고 동료들을 무시하고 그러는 것은 좋지 않다. 요즘 신세대 선수들이 이런 부분이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이것만 고치면 탓할 것이 없다고 본다.

- 2002년 올스타전에서 중부 올스타 주장을 맡았는데, 소속팀에서 주장을 맡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일단 계속 하는 것이 아니라 3-4일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고, 게임 자체가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또한 선수들 역시 다 아는 친구들이고.

올스타에 뽑힌 선수들인 만큼 모두들 한가닥씩 하는 선수들이지만 나 역시 이름 있는 선수아닌가.(웃음) 내가 이야기를 하면 예의 있게 잘 따라주는 등 큰 어려움 없이 잘 끝났다.

- K리그 내에서도 동료 선수들에 대한, 팬들에 대한 매너가 좋기로 유명한데.

뭐 아시다시피 내가 축구를 거칠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을 동업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가 우리를 보호해야지 밖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선수들을 보호해주지는 않는다.

팀 동료들에게도 항상 말하는 것이 "절대 고의로 상대를 해꼬지할 생각은 하지 말아라"라는 것이다. 축구를 하다보면 상대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내가 다칠 수도 있다. 다만 그 행동이 고의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1-2년 축구한 사람들도 아니고 고의적으로 부상을 입혔는지 아닌지는 대번에 안다.

나는 고의로 상대를 해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상대가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그러나  만약 고의로 나에게 해꼬지하는 것은 절대로 못 본다. 고의성이 보일 경우 바로 반격을 한다. 항상 좋은 매너 보여주고 동업자 정신을 갖고 축구를 하면 경기 자체도 좋아지고 따라서 팬들도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경기 전 상대 선수들과 인사할 때도 항상 당부하곤 한다.

또한 축구팬들이야 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이니 잘 대해 줄 수 밖에 없다.(웃음) 내가 조금 피곤하고 짜증이 나더라도 이 분들이 나를 위해 어렵게 경기장까지 찾아왔는데 잘 대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신경을 쓴다. 그 분들이 매일 같이 있는 것도 아닌만큼 잠깐 잠깐 보는 동안만이라도 정성껏 잘 대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심한 파울이나 태클 등으로 인해 화가 났던 경우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많다.(웃음) 프로데뷔 초창기인 92년, 93년 이 무렵에는 정말 심했다. 더군다나 내가 제일 어릴 때이니까 무릎을 향해 태클이 들어오고 그랬다. 지금도 무릎에 축구화 스터드 자국이 남아있다.(웃음) 뭐 그 당시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당하면 가만 있지 않았다. 선배라도 바로 보복했다.(웃음) 시합 끝나면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고 끝낸다. 지금도 먼저 해꼬지하지 않으면 나도 절대 하지 않는다.

3편에 계속...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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