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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 <2002 월드컵 준비과정>①

강연 중인 이용수 교수/MUKTA

2002년 11월 22일 대한축구협회 홈피 기사..


다음 글은 20일 파주 NFC에서 열렸던 에서 이용수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2002 월드컵 준비과정>이란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내용이 긴 관계로 2편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이번 2002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걱정도 많이 했고, 경험도 없는 내가 기술위원장을 하게되면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사실 이와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른 곳에서도 강연을 많이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왜냐하면 축구인들과 먼저 이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축구 지도자와는 꼭 한번 이런 과정을 거치고 싶었고 이번에 기회가 왔다.

2000년 11월초에 기술위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개최국으로써 16강이 가능한가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 더군다나 일본과의 공동개최가 아닌가. 모든 면에서 일본보다 열세인 상황에서 이번에도 뒤쳐지게 된다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다.

※ 실패의 요인

출발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4회 연속 월드컵에 나가면서도 1번도 이기지 못한 요인은 무엇인가?"

결론은 실패의 경험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94미국 월드컵 당시 나는 언론담당관으로 참가했었다. 당시 스페인전을 앞두고 댈러스 구장에 도착했다. 경기시작 90분전에는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스페인의 언론담당관과 단장이 직접 나를 찾아왔다. 그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는 월드컵 관례상 경기시작 전에 팀의 유니폼과 기념품을 교환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당시 월드컵에 3번째 참가하는 것임에도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한 적이 없었다. 이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독 입장에서도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늘 처음 나가는 입장에서 대회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국제대회에서든 우리 능력의 100%를 제대로 쏟아 부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좀더 세부적으로 이야기해본다면 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
2. 감독의 전술변화능력 부족
3. 상대팀에 대한 분석 미비

현장에서 상대팀에 대한 경기분석능력이 부족했고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활동할 수 있는 전술적 준비 또한 갖춰지지 못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상대팀에 대한 분석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A매치 2-3경기를 보고 분석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월드컵을 앞둔 시기에 갖는 A매치로는 그 팀의 100% 능력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느꼈다.

이와 같은 실패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다. 먼저 선수들의 자신감을 살려주기 위해 세계적 강호와의 평가전이 필요했고 세계축구문화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했다. 또한 포상금과 병역혜택 등 성적에 따른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다. 대표팀 하루 수당 역시 3만원에서 11만원으로 대폭 향상시켰다.

감독의 전술변화능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감독을 영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가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경험이 풍부하고 큰 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를 알고 있는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상대팀에 대한 분석 역시 기존의 A매치 분석을 탈피해 월드컵 예선 전 경기를 분석했고 이것을 비디오와 컴퓨터 등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 히딩크 감독 영입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국가대표팀의 감독후보로 대략 11명 정도의 후보를 상정해 놓고 있었다. 그 중 에메 자케 전 프랑스 대표팀 감독과 거스 히딩크 감독, 본프레레 전 나이지리아 대표팀 감독, 블라제비치 전 크로아티아 대표팀 감독이 우선 순위였고 결국 히딩크 감독으로 결정됐다.

2002 월드컵은 기존의 기술위원회 운영방법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사실 축구협회 규정에는 선수 선발권이 기술위원회에 있다고 되어 있지만 히딩크 감독은 계약서에 사인할 때 '선수 선발권은 감독이 갖는다'는 조항을 명시하기를 원했다. 결국 절충안은 내가 기술위의 의견을 듣고 히딩크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 합의점을 도출하는 방식이었다.

※ 축구 감독이 갖추어야 할 요소

개인적으로 축구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에는 3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전문가로서의 지식이다.

전문가로서의 지식은 보다 세부적으로 ① 스포츠 과학의 지식, ② 축구에 대한 지식 및 실전경험, ③ 연구하는 자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스포츠 과학의 지식(트레이닝 이론, 스포츠 심리학)

예를 들어 지난 골드컵을 생각해보자. 당시 히딩크 감독은 대회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당시 이에 대해 많은 비난이 가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트레이닝의 주기화 이론>에 따라 이것을 실시한 것이었다. 이 이론은 원하는 시기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올리기 위한 단계별 트레이닝 프로그램 계획이론이다.

2002 월드컵을 위해서는 지금 이 타이밍에서 이 훈련을 해야한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주장이었고 나 역시도 히딩크 감독이 생각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계속 그를 지지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지도자들도 스포츠 과학의 지식을 지속적으로 공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② 축구에 대한 지식 및 실전경험

축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전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선수들과 미팅을 갖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반칙을 많이 한다. 팔을 사용한 지저분한 파울을 특히 잘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관중들은 알지 못한다. 만약 그들이 이런 파울을 하고 주심이 휘슬을 불면 가까이 있는 선수들은 즉각적으로 주심에게 달려가서 반응을 해라. 관중들에게 뭐가 있구나 라는 반응을 주면 야유가 나올 것이고 이것은 주심에게는 경고를 줘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결국 토티가 연장전에 퇴장당했던 것도 전반전 김남일을 팔꿈치로 가격했을 때 홍명보가 달려가 거세게 항의했고, 관중들의 야유가 더해지자 주심이 압박감을 느끼게 되어 토티에게 경고를 줬던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경고 2회로 토티를 퇴장시키는 요인을 제공하게 됐다. 이런 것이 바로 축구에 대한 실전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③ 연구하는 자세

히딩크 감독이 처음 부임하고 울산에서 첫 훈련을 시작할 때였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국가대표팀 계약을 하자마자 한국의 경기테이프를 요구했고 이미 그 시점에서는 2000 시드니 올림픽, 아시안컵 등 중요 경기의 녹화테이프를 한 경기당 5회 이상 꼼꼼하게 분석한 다음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내게 "한국이 왜 월드컵에 4회 연속 출전하면서도 한번도 승리를 올리지 못했는지 아는가?"라고 물어왔다. 나는 "갖고 있는 능력을 한번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답변하고 그에게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히딩크 감독은 첫 번째로 체력을 꼽았다.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아니, 지금까지 한국축구는 뛰는 것 하나로 버텨왔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했더니 그는 "잘 뛴다. 그런데 정확하게 후반 20분이 지나면 완벽하게 배터리가 떨어진다. 이것은 모든 테이프에서 나타난 공통점이었다. 조직이고 뭐고 한순간에 완벽하게 무너진다"라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로는 수비조직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수비조직에 대해서 11명이 그냥 많이 뛰어다니기는 하는데 어느 위치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로는 국가대표로서 해서는 안되는 패스미스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고 마지막으로 골 결정력 부족을 이야기했다.

2002년 3월 스페인 전지훈련부터 월드컵까지의 주요 목표는 이 4가지를 고치는 것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보통 우리는 문제점에 대해 선수들과 주로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점을 지적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문제점을 찾아내면 훈련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훈련방법을 도입해 그것으로 문제점을 고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히딩크 감독의 모든 훈련은 경기상황을 설정한 형태의 훈련이었다.

두 번째는 지도자로서의 인간성이다.

우리 지도자들의 경우 선수들에게 부정적 견해를 많이 제시한다. 주로 선수들이 잘못한 것을 지적하곤 한다. 이것은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고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히딩크 감독 역시 욕을 많이 한다. 실수해서는 안되는 경우에 실수를 했을 때는 강하게 지적한다. 예를 들어 수비지역에서 드리블 또는 짧은 패스로 끊기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경기에서 절대 실수를 해선 안되는 지역에서 실수하는 경우다.

그러나 전체적인 훈련과정을 보면 칭찬을 많이 한다. 1:1 상황됐을 때 돌파당한 선수를 질책할 수도 있고 돌파한 선수를 칭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히딩크 감독은 주로 돌파한 선수를 칭찬한다.

선수 보호의 측면에서도 철저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최용수 항명 파동'이란 제목으로 신문기사가 나왔을 때도 언론을 강하게 질타하며 최용수를 보호했으며 프랑스나 체코 등에게 참패했을 때도 선수핑계는 전혀 없었다. 또한 유머 감각이 뛰어난 점도 히딩크 감독의 장점이었다.

세 번째는 전술가로서의 능력이다.

예전에 2002 월드컵 16강 가능한가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나름대로 수치로 분석한 것이 다음과 같다.

한국 선수 1인 능력     100   팀 경기력 1,100
포르투갈 선수 1인 능력 150   팀 경기력 1,650

여기에 홈 어드밴티지를 30%로 잡았을 때 1,100 + 330 = 1430 이 된다. 나머지 220(20%)은 감독의 전술 운용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위해 히딩크 감독을 데려온 것이다.

전술가로서 감독은 상황분석능력을 바탕으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고, 감독으로서의 감각(용병술, 특별한 감)도 필요하다.

폴란드전을 예로 들어보면 당시 히딩크 감독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황선홍과 안정환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당시 몸 컨디션은 안정환이 더 좋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최후 선택은 황선홍이었고 결국 선제골을 기록했다. 또한 유상철은 원래 전반을 마치고 교체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라커룸에서 나오기 전에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일단 뛰어라. 5분이고 10분이고 뛰는 것을 보고 교체하겠다"라며 유상철을 계속 기용했고 결국 2번째 골을 얻어냈다.

미국전의 경우에도 황선홍, 유상철 등이 부상당한 것처럼 연막작전을 펼쳤고 이탈리아전에서는 홍명보와 김태영을 빼고 황선홍과 차두리를 기용하는 뜻밖의 선수기용을 했다. 아무도 그 상황에서 수비수 2명을 빼고 공격수를 넣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 과정에서도 수비가 흔들리지 않고 동점, 역전골을 기록했다. 물론 모두 결과론이긴 하지만 축구지도자는 결국 결과로서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 2002 월드컵 한국대표팀 준비과정

2001년 1월 10일 울산에서 첫 훈련을 시작한 이래 2002년 6월 2일까지 훈련소집기간만 총 236일이었다. 그 기간동안 총 37게임을 치러 17승 9무 11패를 기록했다. (해외 프로팀과의 3경기, 국가대표 2진과의 2경기 포함)

아마 역대 대표팀 중 이렇게 소집을 많이 하고 경기를 많이 가졌던 팀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각 기간별로 멤버변화가 많았다. 2002년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 가서야 베스트에 가까운 멤버로 구성됐다.

사실 히딩크 감독은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이 끝난 다음부터 본격적인 선수선발에 나섰다. 그 전에는 주로 코치진 등이 추천한 선수를 선발했었다. 컨페더이션스컵 이후 히딩크 감독은 초조한 기색이 많이 보였었다. 프로리그를 보면 괜찮은 선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자신이 필요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는 첫 번째 요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의외로 선수들이 갖고 있는 정신력이 첫 번째 조건이었다. 개인기량, 체력, 전술이해도 등이 있지만 가장 첫 번째 요소는 그 선수가 얼마나 강하게 버텨내는가하는 점이었다. 너무 정신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월드컵때 선수들이 큰 경기에 대한 정신적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2001년 1월 울산에서 첫 연습경기를 가졌을 때였다. 당시 날씨가 무척 추워 잔디 일부가 얼어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경기 중에 박지성이 그 얼음바닥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태클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히딩크 감독이 특별히 박지성을 주목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후 박지성은 체력테스트에서도 가장 좋은 기록을 내는 등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고 결국 월드컵에서 기대에 부응했다.

골드컵 및 우루과이 전지훈련

골드컵과 우루과이 전지훈련은 선수단 모두에게 가장 힘든 훈련시기였다. 오죽 했으면 몇몇 선수들은 소속팀에 전화를 해서 팀으로 불러달라고 애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우루과이에서 우리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루과이에 도착해서 호텔로 가는데 길거리에서 조그만 꼬마 여자애들마저 우리 버스를 보고는 눈만 마주치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밖을 보다가 우리가 섬찟섬찟 놀랄 정도였다. 그런데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끝나고 공항으로 갈 때에는 전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더라. 우루과이인들은 어린 꼬마애들조차 원정팀이 왔을 때 어떻게 기를 죽이고 보낼 때는 어떻게 보내주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선수들은 원정경기와 홈경기에 대한 차이점을 느꼈고 또한 우리 홈에서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새롭게 자각할 수 있었다.

골드컵 및 우루과이 전지훈련이 끝난 뒤 잠시동안의 휴식을 가진 대표팀은 곧바로 3월에 유럽 전지훈련을 떠났다. 이 시점에서 레이몬드 베르헤이얀 체력담당 트레이너가 팀에 합류했다.

다음 편에 계속...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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