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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AFC 위너스컵 결승에서 전북과 맞붙어 골을 넣은 것이 한국행의 계기가 됐다. 그 당시 전북, 혹은 한국축구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
그 당시에는 솔직히 아시아축구에 대해서는 내가 뛰고 있던 사우디 축구밖에 몰랐었다.
전북과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면서 당시 전북에 있던 브라질 선수들과 경기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어떤 식의 축구를 하느냐라고 물어본 적은 있었다. 그 때 서로 이야기했던 부분도 그렇고, 내가 직접 느꼈던 부분을 보면 한국축구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체력과 스피드를 중시하고 많이 뛰는 축구였다.
그러나 월드컵을 치르고,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들도 많아지면서 현재 한국축구는 크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많이 향상된 것 같다.
- 결과적으로 위너스컵으로 인해 전북에 입단하게된 것인데, 그 과정을 이야기한다면.
사실은 그 전부터 전북을 비롯한 한국 클럽들의 관심이 있었지만 그 때는 일단 뛰고 있는 알 히랄에서 충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위너스컵 결승전에서 전북을 만났다. 경기 전에도 에이전트가 와서 한국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시 나는 “문은 열려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알 히랄 클럽과의 계약이 끝날 무렵이라 그 쪽에서도 재계약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2002년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 시점이어서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던 터였다.
그 때 생각했던 것이 만약 한국에 가게 되면 좋은 경기장에서, 많은 서포터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겠다라는 점이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K리그는 상당히 거칠면서도 빠르다. 사실 테크니션이 살아남기 쉽지 않은데, 의외로 빨리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하면 빨리 적응하고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 역시 처음에는 쉬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오랜 선수생활을 하면서 항상 이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겨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처음 프로에 데뷔할 때도 어려운 난관이 있었지만 잘 견뎌냈고, 그런 경험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좀 더 신경 썼고, 한국 선수들이 뛰면 나도 좀 더 열심히 뛰고 훈련하면서 노력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그냥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것이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처음 3경기는 매우 어려웠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한국축구에 맞춰나가려 노력했고, 개인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 등을 많이 신경 썼다.
- 한국에 온 첫 시즌에 득점왕을 차지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선수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시즌을 시작하는데, 나는 한국에 오면서 우선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그렇기 때문에 득점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실 마지막 2경기를 남겨놓고 한국 선수(우성용)가 나보다 1-2골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 2경기에서 3골을 몰아넣으면서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 때에서야 득점왕에 대한 실감이 났다.(웃음) 물론 득점왕이 확정된 당시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뻤지만, 그 기쁨은 잠시였고 원래 목표였던 팀의 우승을 이끌어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 2003년 마그노와 투톱을 이루면서 이루어낸 업적은 K리그 역대 최고 투톱 중 하나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보통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될 경우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마그노와는 처음인데도 호흡이 잘 맞는 편이었다.
초반에 내가 1골 넣으면 마그노가 그 다음 경기에서 골을 넣고, 이런 식으로 서로 주고받고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3-4경기를 뛰지 못한 적이 있었고, 그 시기에 마그노가 득점을 많이 했다.
그래서 복귀한 다음부터는 마그노를 많이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 역시 득점왕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양보를 했다.(웃음) 그렇게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서로 너무 잘 알게 됐다.
내가 볼을 갖고 있으면 마그노는 미리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고, 그러면 내가 그 쪽으로 찔러넣어주고, 마그노는 내 패스루트를 읽고 정확히 캐치하는...그런 호흡들이 서로 잘 맞았다.
결국 마그노가 마지막에 아쉽게 득점왕은 놓쳤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마그노를 도와준다는 생각에 도움에 치중하다가 도움왕까지 받을 수 있었다.(웃음) 어쨌든 마그노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완벽했고, 서로간의 호흡도 마찬가지였다.
- 사실 마그노는 골 욕심이 매우 많은 선수였다. 그로 인해 본인이 손해를 본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섭섭한 감정은 없었나?
솔직히 말해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긴 하다.
그러나 마그노의 플레이 스타일이 원래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많이 이해했다. 사실 나한테 패스하는 것이 더 좋은 상황에서도 그냥 슛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럴 때는 ‘나한테 패스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도 이해했다.
만약 그 때 나도 마그노처럼 골 욕심을 부렸다면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 욕심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팀 전체로 봤을 때도 좋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웃으며 도와줬다. 마그노와는 개인적으로 정말 친하게 지냈고, 억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도와줬기 때문에 둘 다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 마그노-보띠 등 브라질 선수들의 맏형 역할을 듬직하게 했고, 또한 팀 내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몸관리 등에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젊었을 때 내가 좋아하던 선수들,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그들의 좋은 점만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새로운 팀에 갔을 때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제는 어느덧 나를 보고 젊은 선수들이 배우는 상황이 됐는데, 모든 선수들이 장단점을 갖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선수들의 장점만을 배워서 활용할 수 있다면 젊은 선수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있다면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찍부터 이런 것에 눈을 뜨게 된다면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K리그에서 경기를 하면서 한국 수비수들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 수비수들의 장단점에 대해 느낀 것이 있다면.
일단 좋은 쪽으로 평가하자면 한국 수비수들의 끈질김이다.
한국 수비수들은 한번 실수했다고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자신이 실수한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더 뛰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
반면 부족한 부분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다.
이것은 한국 수비수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다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수비수에게는 집중력이 가장 중요하다.
- 아무래도 한국의 공격수들이 브라질 공격수들에 비하면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감이 있다. 베테랑 스트라이커로서 어떤 점을 조언해주고 싶나?
한국의 공격수들, 특히 젊은 선수들은 플레이에서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해야 하는데, 슛을 하기도 전에 ‘못 넣을거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한국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이것을 넣지 못하면 혼날거다’라는 걱정 속에서 성장해 온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하는데 그 반대로 부담감만 불어넣는다. 부담감이 있으면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한국 공격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은 분명 좋아지고 있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 후기리그를 앞두고 최강희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최 감독이 본인에게 원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감독님께서 나를 다시 불러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
감독님이 내가 팀전력으로서 필요해서 불렀지 나를 개인적으로 알고 싶어서 부른 것은 아니지 않겠나.(웃음)
직접적으로 나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지만 내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르신 것이고, 프로이기 때문에 그만큼 보답을 해야 한다.
전기리그에서 팀이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충실히 따라 후기리그에서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
- 1년여만의 K리그 복귀인데, 개인적인 목표나 각오를 말해 달라.
예를 들어 말하겠다.
사람이 너무 목이 마를 때 찬 물을 한번에 들이키면 탈이 난다. 그럴수록 조금씩 조금씩 마셔야 한다.
나도 지금 골맛에 매우 굶주려있고, 배고파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첫 경기부터 오버해서 무리를 한다면 탈이 날 것이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내가 전북에서 했던 만큼만 활약했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내 능력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몸상태도 많이 회복됐기 때문에 이제 조금만 더 보강하고 경기감각을 찾는다면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고, 나로 인해 자연스럽게 팀도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인터뷰 감사하다. K리그에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에드밀손 K리그에서의 개인기록
2002시즌 27경기 출장, 14골-3도움
2003시즌 39경기 출장, 17골-14도움
2004시즌 1경기 출장
2002시즌 득점왕
2003시즌 도움왕 및 10-10클럽 가입
2003시즌 FA컵 MVP
2004시즌 슈퍼컵 MVP
-- MUKTA 상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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