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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언남고 정종선 감독, "창단 1년여만에 전국대회 우승까지"

2002년 9월 25일 기사...


 전통의 명문학교들이 호시탐탐 우승을 노리고 있는 고교축구계에서 햇병아리 신생팀이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2001년 6월 12일 창단한 언남고는 2002년 9월 16일 막을 내린 제 38회 다이너스티 인터내셔널배 추계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한 지 불과 1년 3개월여만에 고교축구의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언남고는 추계연맹전에서 풍생고, 대구공고, 안동고, 부평고 등 올해 전국대회 우승을 한차례씩 차지한 바 있는 고교축구의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우승,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자연히 신생팀 언남고를 우승까지 이끈 정종선 감독의 지도력 역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상황이다. 90년대 초반 K리그를 대표하는 중앙수비수로 명성을 떨쳤고 94미국 월드컵에도 참가한 바 있는 정종선 감독은 99년 은퇴할 때까지 프로통산 271경기에 출장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현역 시절 터프하면서도 노련한 수비로 상대 공격수를 괴롭혔던 정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여러 제안들이 있었지만 정 감독의 선택은 새로 축구팀을 창단하는 언남고였다. 그리고 언남고는 창단 1년 3개월여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내며 고교축구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섰다.

 다음은 언남고 정종선 감독과의 인터뷰.


- 언남고 감독을 맡게된 경위를 말해달라.

 내가 은퇴하고 난 뒤 중국의 심천 핑안팀에 계시던 차범근 감독님에게서 뛰어달라고 연락이 왔었다. 그 밖에 모교인 영등포공고에서도 감독 제의를 해왔고. 차 감독님 밑에서 선수생활을 더 할까 생각도 했는데 언남고에서 팀을 새로 창단하니 감독으로 와달라고 부탁하더라.

 서초구 1호 고교축구팀이란 자부심도 있고 신생팀을 한번 조련시켜보겠다는 욕심도 있어 수락했다. 그런데 당초 창단준비가 끝났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와보니 선수 7명만 달랑 있더라.(웃음) 알고보니 일단 선수들만 받아놓은 상태였다. 이 때가 1999년이었고 2000년부터 창단준비에 들어가 결국 정식 창단하기까지는 1년 6개월이 더 걸렸다.

-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을텐데.

 정말 어려웠던 순간이었다. 제대로 된 축구훈련이 힘든 상황에서 이미 입학이 결정된 7명의 선수(현 3학년 선수)들은 근처 잠실고 축구부에 위탁교육을 시켰다. 그러나 선수들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기서 선생님과 같이 연습하겠다"고 해서 결국 학교 근처 주택에 방 2칸을 얻어 애들 밥해주면서 훈련시키고 그랬다.(웃음) 애들 밥해주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웃음) 그래도 내가 프로생활 13년에 대표팀에서도 뛰고 그랬는데 지금 상황이 이게 뭐냐 이런 생각때문이었던 것 같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보람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현역에서 은퇴하자마자 바로 팀을 운영해서 대회에 나갔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프로에서 내가 볼을 차던 수준만 생각하지 고교축구의 수준을 몰랐던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1년 6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기장소, 동계훈련장소, 고교축구의 수준 등 여러 가지를 많이 공부했다. 아마 이 시절에 지도자 공부에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시기였던 것 같다. 자제심도 많이 배웠고. 예전 정종선하면 말 안듣고 다혈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힘도 없다.(웃음)

- 정식으로 축구부가 창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불안감도 컸을텐데.

 사실 선수들도 그렇지만 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으셨을 것이다. 축구부가 정식으로 창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게 애들을 맡긴 것이었고 나로서는 얘네들을 무사히 졸업시키고 진학시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을 같이 했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승과 제자라기보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였다. 다행히도 성적이 좋아 초기 창단멤버 7명 모두 6월에 일찌감치 대학에 진학했다.

- 지도자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단순한 생각으로는 학원축구 지도자는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수준에 맞춰주는 것이라 본다. 중학교 감독이면 중학교 그 수준에서, 고등학교는 고교 수준에서 선수에게 맞춰 놀아주고 훈련시켜줘야 한다.

 운동하는 시간만은 그것이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선수들에게 강한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선수와 아무 부담 없이 형, 동생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예전 우리 선수시절에는 선생만 보면 피하곤 했는데 이럴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선수시절과 지도자 시절을 비교한다면.

 선수 시절이야 감독님 말만 듣고 시행하면 되는 것이지만 지도자는 애들 성적도 내야하고 관리도 해야 하고, 대학도 보내야 하고, 또한 학원축구가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그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지도자가 훨씬 힘든 일이다.(웃음) 지금에서야 선수 시절 감독 선생님들의 심정을 알겠다.(웃음)

- 현역시절 터프한 중앙수비수로 활약했는데 이것이 팀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내가 보기엔 잘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은 언남고의 축구를 보고 "정종선과 비슷하네"라고 말하신다.(웃음)

 일단 나는 경기장 안에서는 심판의 룰 아래에서 펼치는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와 싸운다든지 이런 것이 아니라 정확한 룰 아래에서 타이트하게 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제압해야 이길 수 있다. 투쟁심이 없는 선수는 운동할 자격이 없다. 일단 선수는 근성과 투쟁심을 갖춰야 한다. 지금 김남일이 스타가 된 이유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센터백 출신이라 그런지 내가 프로에서 이런 부분만 잘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강조해서 이야기한다.

 다른 분들은 우리 팀이 경기장에서 뛰는 것을 보고 평소에 운동을 너무 많이 시키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곤 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 훈련을 들여다보면 다른 학교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적은 편이다. 고교시절은 선수들이 한참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은 좋지 않다. 그리고 나도 현역 시절 훈련할 때 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웃음)

 우리 팀은 다른 학교처럼 운동장 10바퀴, 20바퀴 뛰고 이런 것이 없다.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을 너무 많이 뛰게 하면 선수 수명이 짧아진다. 대신 근력운동을 많이 했다. 축구 선수들의 경우 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근력강화훈련도 중요하다.

 또한 프레싱의 경우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도 어렵다고 느껴왔는데 지금보니 힘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편하고 체력소모도 더 적은 것 같다. 순간적으로 지역을 압박해 볼을 빼앗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체력소모가 더 작을 수도 있다.

 우리 팀의 최고 힘든 훈련이래야 예전 프로시절에 배웠던 인터벌 트레이닝 정도이다. 이것은 일정 거리를 일정 시간 안에 주파하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으로 우리는 2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하고 있다. 물론 프로선수들의 경우 주파시간을 더 짧게 잡는다.

- 말이 나온 김에 훈련 스케줄은 대체적으로 어떠한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패싱훈련과 기본기 훈련을 하고 정규 학교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요일별로 메뉴를 만들어 훈련을 하고 있다. 항상 내가 먼저 애들에게 시범을 보여준다. 이 운동이 왜 좋은 것인지를 설명해줘야 하는 것이다. 덕분에 아직도 선수 시절의 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웃음)

 또한 이번 우승에는 중앙병원에서 했던 재활트레이닝이 큰 몫을 했다. 선수 전원이 중앙병원에서 컴퓨터로 체크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위에서도 밝힌 바 있는 이른바 근력강화 트레이닝이다.

 예를 들자면 무릎에는 4가지 중요한 근육이 있다고 한다. 안쪽과 바깥쪽 인대, 전방십자 인대와 후방십자 인대가 그것이다.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축구 선수들의 경우 4가지 근육 중 1가지만 약해도 부상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재활 트레이닝을 통해 이 근육들을 동일하게 강화시켜준다. 대략 이런 것이다.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축구 선수들의 경우 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훈련도 무척 중요하다. 이런 부분들이 모여 우리 팀이 잘 뛰고 체력적으로 강한 팀이 된 것 같다. 우리 선수들끼리 우스개소리로 이런 말을 하며 웃곤 한다.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에 대비해 이런 운동을 많이 시켰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 전에 이미 하고 있었다라고 말이다.(웃음)

- 이번 추계연맹전 우승 이전에도 무학기 준우승을 비롯해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데.

 그렇다. 작년에 창단 5개월만에 서울시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었다. 올해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다. 무학기의 경우 8강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4강, 결승 갔을 때는 정말 정말 기뻤다.(웃음) 그리고 결승에서 마산공고에 졌을 때도 기뻤다.(웃음) 우리가 플레이도 잘했고 그 때는 또 선수층이 얇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결승까지 올라간 것만도 너무 기뻤기 때문에 심판에게 항의할 부분도 다소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었다.(웃음) 오히려 이번 우
승하고 나서는 그때처럼 기쁘지는 않았다.

 무학기 결승 전날에는 사실 긴장도 많이 했었다. 4강에 든 것도 영광인데 결승전은 공중파에서 중계를 해준다고 하더라. 내심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 우리가 망신은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웃음) 스코어는 2-3 아쉬운 패배였다.

 오히려 이번에는 긴장감이 없었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4강전에서 안동고와 연장전 골든골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고 결승 상대인 부평고 역시 알아주는 강팀이었지만 마음은 무학기보다 훨씬 편했다. 우리 플레이만 충실히 해나간다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이번 대회 우승하는 과정에서 풍생고, 대구공고, 안동고, 부평고 등 올해 전국대회 우승경력이 있는 강팀들을 모두 꺾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 언남고의 전술적 특징이 있다면.

 전술적으로는 4-4-2가 기본이다. 다른 지도자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경기장을 수비지역, 경합지역, 공격지역 3등분으로 나눈다. 수비지역에서는 빨리 밀고나가 볼을 처리하고 경합지역에서는 지역적으로 강력한 프레싱이 들어간다.
공격지역에서는 내가 가르쳐준 것이나 우리의 기본틀은 가져가지만 그 외 부분은 선수 본인의 판단에 따라 대처하길 요구한다. 그런 부분에서 상대가 당황할 수 있다. 틀과 다르게 움직이니까. 상대 지역에서 패스 한번 잘하는 길은 상대 2명을 제치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선수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가?

 일단 우리 학교는 팀에서 이탈하는 선수가 없다. 운동하기 싫거나 개인 사정이 있으면 나와 면담을 하고 부모 동의 하에 집에서 쉬고 온다. "선생님, 저 오늘 쉬겠습니다" 이러면 쉬는 것이다.(웃음)

 또한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운동 나가기 전에, 그리고 시합 중에 힘들 때 부모님 생각을 한번 해봐라. 너희들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를 한번만 생각해라. 축구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이지만 너희가 축구할 때는 부모님을 생각해라. 한번만 생각하면 축구를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선수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선생이 와서 가르치는 것은 자기 마음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선생이 뭐라해도 내가 하기 싫으면 못하는 것이다. 운동이 하기 싫으면 쉬면 된다. 하루 쉬면서 부모님 생각해보고 자신을 생각해보면 다음날 훈련할 때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선생 눈치 보는 선수가 없다.(웃음)

 또한 지도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선수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 성교육도 시킨다. 요즘 애들은 인터넷을 접하다보니 이런 게 빠르다.(웃음) 이번 대회때 충주 가서도 다른 지도자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에이..됐어"라고 반응한다. 그게 아니다. 애들을 느껴보라 이말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

2편에 계속..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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