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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8일 KFA 홈페이지...
- 숭실대에 부임해 선수들을 처음 지도했을 때 어떤 점을 느꼈는가?
선수들을 처음 지도하면서 느꼈던 점은 ‘아이들이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가진 재능이나 연습게임을 통해 보여주는 능력에 비해 실전에서는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성적을 내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자신감이다. 그것을 딛고 올라서는 것이 쉽지 않다. 작년에도 4강에만 2번을 들었는데, 큰 경기 경험이 없다 보니까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
- 사실 수원에서 지도했던 선수들은 이미 명성을 떨쳤던 선수들이었다. 그런 선수들을 지도하다가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을 때 답답함 같은 것도 없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물론 처음에는 그런 것이 있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웃음)
그러나 그런 것을 다 감수하고 왔기 때문에 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잘 극복했다고 본다. 그리고 선수들이 발전하는 것을 보니까 가르치는 재미가 더 커지기도 했다.
사실 프로에 있을 때는 최고의 선수들만 데려오다 보니까 내가 이야기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조금 약했다. 뼈저리게 그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한 가닥했던 선수인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지도자가 이야기해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조금 약한 면이 있었다.
반면 여기서는 자신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적해주면 상당히 잘 받아들이고 고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발전하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이니까 가르치는 재미가 있다. 정말 처음 여기 왔을 때보다 선수들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만족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 처음 숭실대에 부임해서 선수들에게 집중 지도한 부분은 어떤 것인가?
처음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선수들이 훈련에서 100%를 쏟아 붓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알고 봤더니 선수들이 정규훈련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훈련을 시킬까봐 본 훈련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 습관을 고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선수들에게 “절대 오늘 훈련 스케줄 외에 다른 훈련은 없다. 이 훈련에만 100%를 다 발휘해라”고 이야기를 해도 어릴 적부터 해오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으니까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본 훈련 외에 보강 훈련이 많다보니까 선수들이 그런 버릇을 갖게 됐다.
6개월 정도가 지나서야 그 습관을 바꿀 수가 있었고, 이제 기존에 있던 선수들은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또 다시 고쳐나가야 했다.(웃음) 그래도 지금은 기존 선수들이 그렇게 하니까 신입생들도 자연히 보고 배우고, 100%를 하지 않으면 선배들을 못 따라가니까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 공교롭게도 프로팀의 연습게임 상대로 숭실대를 여러 번 봤던 기억이 난다. 다른 대학팀들에 비해 프로팀들과 연습게임을 더 자주 하는 것 같은데.
다른 대학팀들에 비해 많이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프로팀들과 더 많이 연습게임을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 이것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프로팀들이 경기도 많기 때문에 연습게임을 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우리로서는 될 수 있는 한 1게임이라도 더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사실 대학 시합이 그리 많지가 않다. 현재 1년에 대학 대회가 4개밖에 없고, 그 외에 실업팀과 함께 하는 대통령배가 있다. FA컵과 전국체전은 자격이 있어야 나갈 수 있고...
만약 조 예선에서 탈락하게 되면 대회당 2-3경기만 치르게 된다. 최악의 경우 1년에 10게임 정도밖에 못 뛰는 팀도 나오게 된다. 막상 대학에서 조금 한다 하는 선수도 프로에 보내놓으면 경기경험이 없기 마련이다. 이런 실전경험 부족 때문에 프로에서 도태되는 대학 선수가 절반 이상이라고 본다.
우리 같은 경우 지난 해 4강에 2번 들었음에도 연간 30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이것으로는 모자르다. 대회가 더 많이 늘어나든지 경기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 현재 초등학교는 동원컵이라는 리그를, 중학교 저학년 역시 리그를 일부 운영하고 있다. 대학은 이것이 힘들다고 보는가?
할 수만 있다면 리그제를 하는 것이 당연히 낫다.
그러나 일단 리그를 하려면 홈 & 어웨이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운동장 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학교 운동장은 여러 사정으로 쉽지 않고, 서울 시내에는 규격 운동장조차 별로 없다. 서울 시내에서는 못하더라도 경기도 일대에서 하려면 운동장이 더 많이 필요하다.
- 추계연맹전이나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를 보면 대학팀답지 않은 세련된 경기운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봐주면 고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여기서 한 계단 더 올라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 뿐 아니라 대학축구 전체가 지금보다는 한 계단 더 올라서야 한다.
- 전술운용에 있어서 4백 시스템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 선수들에게 4백 지역방어의 개념을 인식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사실 그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힘든 부분이 많긴 했다. 습관이 있다 보니까 자꾸 자기도 모르게 맨투맨으로 가기도 하고...
처음에는 운동장에 세워놓고 위치선정이나 여러 가지 것들을 일일이 설명해줘야 했다. 그래도 지금은 선수들이 많이 이해하고 따라주는데, 아직까지 내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으로 올라서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전체 라인을 밑으로 내려서 시킬 때도 있고, 위에서부터 시킬 때도 있었다.
사실 1주일에 1-2게임만 한다면 라인을 끌어올려 상대 진영부터 압박을 할 수도 있지만, 대학에서 1년 6개월 있다보니까 그렇게 해서는 체력소모가 너무 많아서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이 있어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 지역에서만 압박을 시도했고,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따라줘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선수들이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4백 지역방어의 개념이라든지 압박 같은 것을 이해하고, 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에서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프로와 똑같이 운동해야 한다. 대학에서부터 프로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1-2년 늦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프로에 가서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하기 때문에 힘들다.
내가 여기서부터 완벽하게 만들어놓고 프로로 보내야지 여기서 적당히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훈련이나 생활 모든 면에서 프로식으로 하고 있다.
- 2003년 12월에 부임했으니 작년에 처음 4학년 졸업생을 배출했다.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도 있을 테고 여러 경험을 했을 텐데.
진로문제는 결국 사회 전체가 그렇지 않은가. 축구 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대우를 받는다. 능력 있는 선수가 좋은 대우 받고 프로에 가는 것이고...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우리 졸업생이 다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결국 그만큼 선수나 내가 노력해서 기량을 발전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지난 해 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골키퍼 1명은 전북으로 갔고, 다른 1명은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가서 대통령배 득점왕도 하고 그랬다. 올해 졸업생 중에는 양상민과 이동원이 이미 전남으로 갔고, 유홍열처럼 프로행이 결정된 선수도 있다. 아마 나머지 선수들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 유홍열이나 김영후를 비롯해 주축 4학년생들이 이제 졸업하게 된다. 내년 숭실대의 전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내가 볼 때는 올해보다 전력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몇몇 주축 선수들이 졸업하지만 그 못지 않은 선수들이 보강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 오히려 전력이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 올 시즌도 거의 마무리 시기이다. 내년 목표와 좀 더 멀리 내다본 목표가 있다면.
대회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리고, 좀 더 수준 높은 경기내용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용이 좋다보면 성적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멀리 내다본 목표는 여기서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프로팀 감독으로 한번 갈 수 있을 만한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으로서 경험도 더 쌓아야하고, 갖춰야할 것도 갖춰야 한다. 그런 것을 다 갖추게 됐다면 이왕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프로 무대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얼마 전에도 한 프로팀에서 코치직 제의가 오긴 했다. 그러나 옮기지 않았다.
환경이나 대우야 그 쪽이 낫지만, 숭실대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옮기겠나. 그리고 나를 믿고 숭실대로 진학을 결정한 선수들이 있는데, 그 선수들을 버리고 간다면 무슨 낯으로 대하겠는가.
- 인터뷰 감사하다. 앞으로도 좋은 선수 많이 키워내기를 기원하겠다.
-- MUKTA 상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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