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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박성화 감독, “역경 딛고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값지다”


박성화 감독..4년 동안 함께 하면서 축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2004년 10월 20일 KFA 인터뷰..


지난 10월 9일 막을 내린 U-20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U-19 대표팀은 어려운 과정을 뚫고 우승컵을 차지,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훈련기간과 선수 소집문제 등으로 홍역을 겪어야 했던 한국은 현지에서도 연일 쏟아지는 폭우와 최악의 잔디 사정으로 조예선 첫경기였던 이라크전에서 0-3으로 패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예멘전 대승과 태국전 무승부로 간신히 예선을 통과했고, 8강 우즈베키스탄전(연장전 승)과 4강 일본전(승부차기 승)은 전력이 살아나며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경기였지만,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승에 오른 한국은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중국을 시종 압도, 2-0의 완벽한 승리를 일궈냈다.

선수단 모두가 지금까지 각종 대회 중 가장 힘들었던 대회라고 평가할 만큼 힘든 과정이었고 언론이나 축구팬들의 질타도 컸지만, 깔끔한 결승전 마무리로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날려버린 것.

아시아 청소년대회를 끝마치고 잠시 휴식에 들어간 U-19 대표팀 박성화 감독을 만나 아시아 대회에 대한 이야기 및 내년 네덜란드에서 있을 세계대회 준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늦었지만 대회 2연패를 축하한다. 이번 대회는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피말리는 대회였을 것 같다.(웃음)

사실 2연패에 도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가지 힘든 과정이 많았지만, 선수들이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목표를 버리지 않고, 위로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위기에서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어려운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른 우승보다 훨씬 값지고 보람있었다.

이번 경험은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다 이긴 경기도 힘들게 풀어갔고 매 경기 힘든 고비를 맞이했는데, 이런 부분은 팀 전략이나 벤치의 지시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팀의 전술을 이야기해주고, 대처방법에 대한 훈련도 하고, 경기 중에 말로도 전달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린 선수들이 극복해나가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그 상황에서는 벤치의 이야기가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게 된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경험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순간에는 힘들었지만 세계대회에 앞서 정말 값진 경험을 했다. 선수들은 앞으로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이번 대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아시아선수권의 특징이라고 해야할까? 전체적인 수준은 어땠나?

경기력 수준은 지난 대회와 큰 차이는 없었다고 본다. 조금 변화가 있다면 청소년 팀이다보니 지난 대회에서 최고 전력을 뽐냈던 사우디 아라비아나 전통의 강호 이란이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청소년 선수들은 자라나는 세대이고, 변화가 많은 세대이기 때문에 청소년대회를 위해 각 국가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지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성적만을 기준으로 미리 어느 팀이 약하고, 어느 팀이 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긋날 확률이 높다.

태국만 해도 우리가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냥 약체로만 생각했던 팀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탈락하고 우리는 조예선을 통과해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 조예선을 치르면서 연일 쏟아지는 폭우와 잔디 사정 등으로 고생이 많았는데.

조건은 어느 팀이나 똑같지만, 그 팀의 특징에 따라 수중전에 강한 팀이 있고 약한 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예전 대표팀도 그렇지만 수중전에는 조금 약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경우 비가 오면 잔디보호를 위해 잔디사용을 거의 하지 못한다.

언뜻 생각하면 체격조건이나 한국의 경기 스타일을 봤을 때 수중전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수중전도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 선수들은 수중전이 되면 경기 전에 이미 당황한다. 청소년대표팀을 몇년간 하면서 느낀 것은 환경이 좋아진 탓인지 운동장 잔디 사정이 좋고, 날씨도 맑을 때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파주 NFC만 해도 세계 어디에 나가도 이런 환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잔디사정이나 날씨 같은 것에 선수들이 더 민감해진 것 같다. 환경변화는 우리 스스로가 적응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선수들은 굉장한 소질을 갖고 있고, 기량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수중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기초에서 미흡한 점이 항상 있다. 지금도 기초만 조금 더 다진다면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킥 미스나 평범한 패스 미스 등은 기초가 부실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다. 수중전을 할 때는 공을 예민하게 처리해야 한다. 볼 속도라든지 컨트롤 등이 아주 정확해야한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의외의 상황이 닥치거나 볼이 빠르게 왔을 때 컨트롤하는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당황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미끄러지고 미리 겁먹게 된다.

어쨌든 계속되는 폭우와 떡잔디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할 수가 없어 약간 변칙적인 경기운영이 필요했다. 우리가 평소 훈련했던 것을 요구했지만 막상 운동장에 들어가면 워낙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선수들이 당황하고 훈련시 보여줬던 그런 축구를 구사할 수 없었다.
체력 소모 역시 매우 크기 때문에 평소 훈련했던 것보다 좀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요구하게 되었고, 스타일도 약간 바뀌었다.

아마 경기를 본 축구팬들도 게임 내용을 보고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로선 그 상황에서 멋있고 재미있는 축구보다는 그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 경험은 앞으로를 위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 사실 대회 전에는 조예선에서 예멘을 가장 강력한 상대로 평가했었다.

예멘도 공격적인 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팀이다. 2002년 U-16 대표팀 시절 아시아 청소년대회 결승에서 우리와 맞붙었던 선수들이 대부분 올라왔는데, 공격침투나 스루패스가 상당히 강하다. 태국과의 전반전을 보면서 만만찮은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팀 역시 수중전에 희생된 팀이다.

공격력은 강하지만 체력면에서 강한 팀이 아니고 수비조직도 허술한 편이다. 수중전에서는 체력과 조직력이 강해야 한다. 그 부분이 허술하다 보니까 공격빈도에 비해 실점을 많이 했고, 결국 예선 전패를 당했다. 수중전에서 오는 의외의 결과이며, 만약 정상적인 환경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 첫 경기였던 이라크전에서 기존의 4-4-2 시스템 대신 전반에 4-2-3-1, 후반에 3-4-1-2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이라크는 3백을 서면서 맨투맨을 아주 강하게 하는 팀이었다. 상대 투 스토퍼가 맨마킹을 하기 때문에 중앙에 박혀있는 것보다는 벌려서 많은 위치변화를 통해 상대 수비에 혼란을 줄 필요가 있었다.

(한)동원이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해보고 싶었고, (김)승용이나 (박)주영이, (조)원광이가 모두 스트라이커와 윙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승용이와 주영이, 원광이가 끊임없이 스위치를 하며 상대에게 혼란을 줄 것을 주문했는데, 제대로 소화하지를 못하고 너무 고정된 움직임을 보였다.

3명의 위치가 너무 고정되다 보니까 승용이는 원래 오른발 킥이 좋은 선수인데 왼쪽에 서게되면서 잘 돌파한 뒤에도 크로스에서 문제가 생겼다. 원광이야 거의 오른쪽에서 많이 플레이한다고 해도 주영이와 승용이는 자주 위치를 바꿨어야 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 막판에 실점을 허용하고, 이런 위치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졌기 때문에 후반 들어서는 투톱 체제로 바꿨고, 폭우로 인해 중앙공격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3백으로 수비를 굳히고, 측면 공격을 더욱 활용해 공격을 펼쳤다. 공격주도권을 잡고 득점기회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한 공격운영이 됐고 역습으로 2골을 더 내주고 말았다.

원래 내가 경기 중에는 전술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술변화라는 것이 모양새는 좋고, 상대팀에 따라 변화를 준다는 것은 좋지만 기본적으로 전술의 변화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안풀렸을 때는 그것만 고집할 수 없기 때문에 준비는 해놔야하지만...
결국 그 이후로는 한번도 변화주지 않고 4-4-2 시스템으로 경기를 치렀다.

- 이라크전 0-3패로 인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굉장히 힘들었다. 감독이란 직업이 정말 외롭고 고독한 직업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항상 혼자일 수밖에 없다. 보좌하는 코치진이 있기는 하지만 똑같이 고민할 수는 없다. 자신들도 나름대로 힘들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표팀 감독은 졌을 때 책임이 따라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도 그냥 책임 정도가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도 크고, 앞으로 한국축구를 이끌어 가야할 선수들이 아시아 대회에서 예선탈락하고 세계대회 진출이 좌절될 위기에 처한 것이기에 뭐라 말로 표현할 수도 없다.
옆에서 코치들이 위로해 주겠다고 하지도 못하고, 나 역시 위로해도 귀에 안들어오고...

당시 이라크에게 0-3으로 지고, 예멘, 태국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비는 계속 오고, 골득실에서도 불리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어떤 것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도자가 불안감에 쌓이게 되면 선수들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절대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선수들이 불안해지면 더 큰일나니까..

나의 경우 신앙생활을 하니까 기도하고 성경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렸는데, 그것도 그냥 눈으로 보면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직접 펜으로 쓰고 읽으면서 잡념을 없앴다. 그렇게 하면서 마음의 평화와 지혜를 얻었고, 대회 끝날 때까지 계속 그런 생활을 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대회를 치렀지만, 이번 대회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대회 조별 리그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 훈련했던 전략이나 전술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밖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을 할수 있겠지만 실제상황에 부딪치면 쉽지 않다. 그 위기는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극복하고 벗어나느냐가 중요한데, 어린 나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내줬다.

- 예멘전부터는 박주영-김승용 투톱이 계속 나왔다. 이 둘의 스타일상 전형적인 투톱 조합은 아님에도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그렇다. 상당히 괜찮은 조합이었다. 주영이나 승용이나 스트라이커와 쉐도우 스트라이커, 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주위에서 주영이는 처진 스트라이커나 윙 쪽이 더 낫지 않으냐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주영이의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위치는 스트라이커다.

주영이의 장점은 매우 독특하다. 주영이를 보면 스피드가 있기는 하지만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드리블을 할때의 스피드가 매우 뛰어나다. 볼하고 같이 감아돌아가는 것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 경기장에서의 스피드가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드리블하면서 스피드를 올리는데, 일반적인 선수들처럼 볼을 차놓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볼과 같이 묻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볼과 동시에 감아돌아들어가면 수비수도 한꺼번에 따돌린다.

주영이의 플레이를 보면 가끔 볼을 밟아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쟤는 왜 자꾸 볼을 밟나?”라고 하지만 그것이 주영이의 특징이다. 볼을 차놓고 달려가는 스타일은 볼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주영이처럼 볼과 같이 묻어가면서 움직이면 성공했을 경우 수비를 완전히 따돌릴 수 있다. 좋은 기술을 가진 선수이다.

승용이도 볼컨트롤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이다.
두 선수가 언뜻 보면 비슷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상당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많이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둘만의 컴비네이션은 아직 미흡하지만, 결승전 두번째 골에서도 보듯이 손발을 맞춰나갈수록 점점 좋아질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사실 (양)동현이 같은 선수도 대형 스트라이커로서 많이 기대했었다.
주영이와 승용이가 비슷한 유형의 스트라이커라면 동현이는 체격조건이 좋고 플레이 스타일도 이들과는 다르다. 따라서 동현이가 부상에서 회복되어 합류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조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주영이나 승용이가 윙쪽으로 배치되는 4-2-3-1 시스템으로도 갈 수 있는 등 공격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 예멘전부터의 또 다른 변화는 중앙 미드필드에 김태원-백지훈 콤비가 나섰고, 백승민도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투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오장은도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했고.

오른쪽 윙백이었던 (이)요한이의 컨디션이 대회 기간 동안 좋지 않았고, 미끄러운 그라운드 컨디션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중앙 미드필더인 장은이를 오른쪽 윙백으로 돌렸고, 이에 따라 태원이가 중앙으로 들어갔다. 첫 경기에서 4-2-3-1 시스템을 쓰느라 선발로 나오지 못했던 승민이도 4-4-2 시스템으로 바뀜에 따라 왼쪽에 투입했다.

장은이를 오른쪽 윙백으로 넣는 것은 훈련할 때도 시도했던 것인데, 대회에서도 안정적으로 잘해줬다. 책임감이 강한 선수인지라 자기 몫을 다했다.

승민이 같은 경우는 현대축구에서 필요한 스타일의 선수이다. 승민이나 (박)종진이나 스피드가 뛰어나고 상당히 저돌적이고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적극적인 선수들이다.
체력소모도 많고, 아직 필요없는 움직임도 많긴 하지만 지금의 격렬한 미드필드 싸움이라든지 속도축구에서는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

문제는 승민이가 풀게임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굉장히 열심히 뛰는 선수이지만 체력이 강한 선수는 아니다. 항상 후반에 교체를 염두에 둬야한다. 체력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회를 맞이했기 때문에 풀게임을 소화할 수 없는 선수가 여럿 있었고, 그로 인해 전술운용에 있어 고심을 많이 해야했다.

- 조원광이 후반 중반 항상 교체됐던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승민이나 원광이, 종진이 등 양 측면을 담당하는 선수들이 풀게임 소화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종진이는 원래부터 후반에 조커로 투입할 예정이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다른 두 선수는 주전이었기 때문에 전술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멤버교체에서 무조건 한두 자리를 비워둬야했기 때문이다.
세계대회를 앞두고는 선수들의 체력상태를 완전히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 2편에 계속...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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