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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축구계 최고 꽃미남의 대열에 한정국과 함께 손꼽히던 강철 코치님..^^
이제는 조금 늙으신 모습..^^
베테랑 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정말 세월의 무게감이란 것을 무시하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
젊은 선수들과는 또다른..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인터뷰를 하게된다..
강철 코치 역시 그런 인터뷰였다..
2004년 9월 18일 KFA 홈페이지..
199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수비수를 꼽을 때 강철(33세)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89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이래 주로 왼쪽 윙백으로 활약했으며, 상황에 따라 리베로로서도 탁월한 재능을 뽐냈던 강철은 홍명보(현 LA 갤럭시)와 함께 ‘머리로 축구를 하는’ 몇 안되는 수비수로 기억되고 있다.
수비수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178cm의 키이지만, 특유의 센스와 영리함, 리더쉽을 바탕으로 90년대 한국 축구계의 대표적인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1992년 A매치 데뷔이래 2001년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동안 총 54회의 A매치에 참가한 바 있다.
비록 월드컵을 앞두고 번번이 부상을 당하는 등 여러 이유로 낙마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지만, 1991년 U-20 남북단일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1996년 아시안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K리그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져 1993년 유공(현 부천SK)에 입단한 이래 총 207게임에 출장, 10골-15도움을 기록하며 수비 선수로서는 높은 공격포인트를 기록 했다. 1999년과 2000년에는 2년 연속 K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고, 곧이어 최성용과 함께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리그(라스크 린츠)에 진출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는 다시 K리그에 복귀, 전남에서 마지막 선수생활을 보냈으나 2003년에 당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1년여 동안 지루한 재활치료 기간을 보냈고, 이로 인해 결국 지난 8월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KFA 2급 지도자 교육과정을 밟으며 지도자로서 새출발을 계획하고 있는 강철은 10월에 1급 지도자 교육과정을 거친 뒤 해외연수를 통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다음은 지난 9월 10일 경기도 가평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는데 열심인 강철을 만나 나눴던 이야기다. 이 인터뷰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비수 강철’의 축구인생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얼마전 은퇴식을 치렀는데, 선수생활을 접은데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큰 아쉬움은 없다. 다만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은퇴를 하게 된 점이 좀 안타깝다. 선수생활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다.
사실 한 시즌 정도 더 뛰고 싶은 마음도 있긴 있었다. 시간을 넉넉히 갖고 치료했어야 하는데, 조금 나았다 싶으면 운동장에서 볼차고 운동하고 그러니까 다시 재발하고...
이게 1년 넘게 반복되다 보니까 내 자신이 지쳤다.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고, 주위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옛날 이야기부터 해보자.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것이 1989년이었다. 당시 이야기를 해달라.
그때가 대학 1학년때였다. 고교(대신고) 때까지는 스트라이커를 봤었고, 특히 고3 때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학생선수권에 출전해 우승하고, MVP와 득점상까지 받았었다.
그런데 연세대에 입학한 뒤 우연찮게 풀백을 보던 선배 형이 다쳐서 대신 수비를 보게 됐다. 그 모습을 당시 정병탁 감독님께서 좋게 보셨는지 그때부터 풀백으로 경기를 뛰게 됐다.
첫 대회가 프로팀도 참가했던 대통령배 전국축구대회였는데, 결승전에서 내가 1골-2도움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당시는 이회택 감독님이 국가대표팀을 맡고 계셨는데, 경기를 보시고 나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그 무렵 90 이탈리아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 대표팀이 새로 구성됐다. 그때 대표팀에 뽑힌 선수중 대학생은 황선홍 선배와 김봉수 선배, 나 이렇게 3명 뿐이었다.
그렇게 대표팀에서 훈련하다가 아무래도 어리고 실력이 떨어지다보니까 최종엔트리에서는 탈락하고, 대신 (홍)명보 형이 합류하게 됐다. 부상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고 실력미달로 탈락했다.(웃음)
- 줄곧 공격수를 보다가 윙백으로 변신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처음에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내가 1학년부터 게임을 잘 못뛴 것도 아닌데, 공격수에서 윙백으로 내려가니까... 그렇다고 안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웃음)
그런데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게 나에게는 더 잘된 것 같다. 만약 그때 계속 공격수를 했더라면 걸출한 황선홍 선배가 자리잡고 있고, 서정원, 고정운, 김도훈 선수 등도 다 같은 세대이기 때문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병탁 감독님께서 탁월한 선택을 하신 것 같다.(웃음)
- 자신이 생각하는 ‘강철의 플레이스타일’을 이야기해본다면.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쑥스럽지만,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머리로 볼을 찬다, 센스가 있고 성실하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만 헤딩력이나 수비가 갖춰야할 투지 같은 부분은 다소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윙백이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팀의 주장을 했었고, 그러다보니까 팀을 리딩해야 하고, 수비수로서도 위험한 플레이보다는 안정된 플레이를 추구하게 됐다. 그래서 아마도 보시는 분들에게 그런 느낌을 준 것 같다.
여기 지도자 연수원에 와서도 또 주장을 하고 있다.(웃음)
나에게는 큰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도 분명 필요한 부분들이고, 그 점에 있어서는 다른 지도자들보다 낫다고 자부하고 있다.
- 1989년 대표팀 시절에는 막내 중의 막내였는데, 재미있는 에피스드도 있었을 것 같다.
그때가 만 17세 7개월로 최연소였다. 대표팀에는 조병득, 최순호, 이태호 선배님, (김)주성이 형 등 모두 쟁쟁한 분들이 계셨다. 나로서는 기도 못폈던 시절이었다.(웃음)
기억나는 것은 대표팀에서 훈련하고 첫 토요일을 맞이했던 날이었다. 그때는 용인에 있는 대우 연수원에서 훈련을 했었는데, 오전에 훈련하고 오후에 외출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헬리콥터 한대가 착륙하더라. 그걸 보더니 선배님들이 “어, 오늘 용돈 좀 생기겠네” 그러시는 것이 아닌가.
헬기에서 당시 축구협회 회장이었던 김우중 회장님이 내리시더니 우리 선수들과 같이 점심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당시 주장이었던 정해원 선배님에게 “해원아, 뭐 필요한 것 없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해원 선배님이 “오늘 선수들이 외박나가는데 용돈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김 회장님이 “얼마면 돼?”하고 물으셨고, 정 선배님이 “200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어린 나이에 ‘우리가 20명이니까 1명당 10만원씩 받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돈 받으면 신촌 가서 친구들 불러서 한턱 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로선 10만원이면 큰 돈이었으니까.
김우중 회장님이 비서에게 “돈 준비해” 그러시니까 10분도 안되서 하얀 봉투가 왔고, 그걸 전부 나눠받았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까 수표가 2장이었다. 나는 20만원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1인당 10만원씩 돌아가야 하는데 실수로 나한테 돈이 더 들어왔구나'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걸 이야기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이야기 안하면 다른 1명은 못받겠지?’하며 고심하다가, 결국 말 해야할 것 같아서 정해원 선배님에게 찾아갔다.
당시에는 나이 차가 많아서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삼촌, 돈이 잘못 들어온 것 같은데요” 이야기했다. 정해원 선배가 내 봉투를 들여다 보시더니 “야, 200만원 맞잖아” 그러시는게 아닌가.
팀이 200만원 갖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1인당 200만원이었던 거다.(웃음)
그 때가 내가 처음 돈을 번 것이고, 가장 큰 돈을 만진 것이었다. 당시 우리 집이 서울 상계동에 있어서 용인에서 형들 차 얻어타고, 서울역 가서 지하철 타고 집까지 가는데 누가 그 돈을 훔쳐갈까봐 가슴 속에 집어넣고 오른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상계동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웃음)
- 사실 월드컵때마다 부상 등으로 막판에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아쉬움이 컸을텐데?
특히 94 월드컵때는 최종 엔트리에 뽑혔는데 미국으로 출국하기 이틀전에 운동하다가 다쳐서 결국 제외되고 말았다. 그래도 그때는 어렸었고, 다음 기회가 있었으니까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신 인간시대>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불운의 사나이’ 이런 식으로 방송이 나가고, 언론이나 주위에서 계속 그렇기 이야기하니까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도 부모님이나 누나, 형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다.
98 월드컵때는 상무에 있을 때였다. 당시 차범근 감독님도 좋은 선수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중요한 시합때마다 다치고 그러니까 꺼려하셨던 것 같다.
2002 월드컵 전에도 대표팀에서 뛰다가 막판에 히딩크 감독님과 조금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언성을 높이고 그러다가 결국 제외됐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해볼건 다해본 것 같다. 청소년대표팀에서 남북단일팀도 뛰어보고, 올림픽에도 두번 나가고...
다만 후회는 아니고 월드컵에 3-4번 정도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한번도 나가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긴 하다.
- 1991년 포르투갈 세계 청소년 대회 남북 청소년 단일팀의 추억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처음으로 북한 선수들과 한 팀을 이루게 됐는데, 팀분위기가 묘했을 것 같기도 하다.
벌써 10년도 지난 이야기가 됐다. 세월 빠르다.(웃음)
그 때만 해도 많이 어색했다. 우리는 조금 자유스러운 반면 북한 선수들은 조금 딱딱했고, 밥 먹을때도 우리는 이런저런 장난도 치고 그랬는데, 북한 선수들은 말 한마디 없이 밥만 먹고, 방에 올라가고, 운동 시간에 내려와서 운동하고 다시 방으로 올라가고...
방도 남북이 섞어서 사용했으면 대화도 많이 하고 좋았을텐데, 남북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고..
그런데 여러가지로 어색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핏줄이라고 생각한 것은 경기장에서였다.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에서 우리가 1-0으로 승리할 당시 (이)임생이가 아르헨티나의 공격수(에스나이더)와 싸웠다. 그러자 북한 선수들이 달려와서 임생이를 보호하고, 에스나이더한테 덤벼들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이게 한 민족이구나. 한 핏줄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서로 이겨보자고 말해주고 격려해주던 모습, 골을 넣고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면 지금도 닭살이 돋고, 짜릿한 감동이 느껴진다.
당시 8강전에서 브라질에게 패한 뒤 평양에 잠깐 들렀다가 귀국하는 코스였는데, 나와 임생이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 때문에 평양에 가지 못했다.
그 때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북한 선수 중에 나를 형이라 부르면서 유난히 잘 따랐던 선수가 2명 있었다. 그 때 100달러면 큰 돈이었는데, 격려금 받은 게 있어서 그 선수들을 찾아가서 악수하는 척 하면서 100달러를 손에 쥐어줬던 기억도 난다.
다시 한번 그 선수들을 만나고 싶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다.
- 앞에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8강전에서 브라질에게 1-5로 대패하고 말았다.
0-1로 지고 있다가 우리가 동점골을 터트렸는데. 이후 어이없게 1골을 내준 뒤 한순간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당하고 말았다.
한국에 들어와서 다시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봤는데, 우리가 골 넣은 다음 하프라인을 넘어오기도 전에 심판이 플레이를 시켜버렸다.
당시 내가 최종 수비를 보고 있었는데, 왠지 경기를 진행시킬 것 같아서 선수들에게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를 질렀었다. 그런데 관중들도 많고, 흥분된 상태에서 골 넣은 기쁨을 맛보던 선수들이 미처 내려오지 못했고, 브라질에서 추가골을 넣어버렸다. 그 장면은 우리의 득점 장면 리플레이를 보여주느라 TV에서도 못잡았다.
어이없은 진행으로 실점하니까 선수들이 흥분해서 항의하고 그러다보니까 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려 추가 실점하고, 결국 5골이나 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큰 실력차가 났던 것은 아닌데, 이성을 잃고 흥분하면서 스코어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 코칭스태프부터 선수까지 남북이 정확히 50%씩 나눠서 팀이 구성됐는데, 코칭스태프간에 전술적 부분에서의 견해 차이라던지, 베스트11에 대한 의견 차이 같은 것은 없었나?
베스트11의 경우 그렇게 하려고 나눈 것도 아닌데, 공교롭게도 수비는 거의 남한 선수들이, 공격은 거의 북한 선수들이 맡았다. 그리고 전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 때는 어려서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코칭스태프간의 호흡은 잘 맞았던 것 같다.
한가지 여담을 말하자면 당시 북한의 문기남 코치님이 탈북해서 지금 한국에 들어오셨다. 한달 전쯤에 이종환 축구협회 부회장님과 최만희 감독님(당시 단일팀 트레이너), 당시 남한 선수들 9명이 서울 타워호텔에 모여서 함께 식사하며 추억을 나누었다. 헤어지면서 어렵게 사시는 문 코치님께 용돈도 드렸다.
-> 2편에서 계속...
-- MUKTA 상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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