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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김동진은 매우 조용하고, 겸손한 선수였다.
이미 아테네올림픽으로 스타로 떠버린 그이지만,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좋은 청년인 것 같다..^^
2004년 9월 1일 KFA 홈페이지..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목표로 2002년 12월 첫 소집훈련을 갖고 본격적으로 출범했던 올림픽 대표팀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년 8개월여간의 대장정 속에서 올림픽 대표팀은 때로는 축구팬들의 환호를, 때로는 질타를 받으며 성장했다. 비록 목표로 했던 메달권 진입의 꿈은 좌절됐지만 올림픽 본선에서 56년 만에 8강 진출을 달성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 8전 전승-무실점 통과라는 빛나는 성과도 이뤘고, 올림픽 본선에서 홈팀 그리스와 2-2 무승부,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에게 1-0승, 말리와의 경기에서는 0-3로 뒤진 상황에서 3-3을 만들며 8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올림픽 대표팀 부동의 왼쪽 윙백으로 활약했던 김동진은 올림픽 아시아예선 총 8게임 중 마지막 이란전을 제외하고는 풀게임을 소화했고, 본선에서도 4게임 모두 풀타임 출전해 1골-2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의 1년 8개월을 돌이켜볼 때 자신의 축구인생 중 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가장 의지가 되고 팀원 전체가 하나가 됐던 팀이라고 회상하는 김동진.
이제는 올림픽 대표팀을 넘어서 국가대표팀에 도전, 소속팀 선배이자 안양공고 선배이기도 한 이영표(아인트호벤)의 아성에 도전할 야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FC 서울의 클럽하우스인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있었던 김동진과의 인터뷰.
- 2004 아테네 올림픽도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부터 이야기해달라.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한국축구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56년 만에 올림픽 8강을 달성했다는 점이 기쁘다. 다만 우리의 진정한 목표였던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이 못내 아쉽다. 어쨌든 2002월드컵 이후로 한국축구는 많은 성장을 이뤘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아시아 예선이나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경기력과 비교할 때 본선에서의 경기력이 다소 처졌다는 평가도 있는데.
우리도 그 부분이 너무 아쉽다. 우리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선수들도 안타까워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큰 대회 경험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메달을 따서 병역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경기 들어갈 때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고, 결국 자기 플레이를 완벽히 하지 못한 원인이 된 것 같다.
-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는데.
올림픽이 시작되기 한달 반쯤 전에 부상을 당했는데, 진단이 4-6주로 나왔다. 그 당시에는 내가 과연 올림픽에서 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했다. 최대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치료를 열심히 받았다. 아마 남들보다 2배는 더 노력했던 것 같다.(웃음)
나를 담당해준 강훈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많이 신경써주셨다. 결국 완전히 회복되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는데, 강훈 선생님께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한번 하고 싶다.
- 올림픽을 앞두고 와일드카드로 유상철(요코하마)이 합류하는 문제에 대해 나이차나 호흡 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솔직히 출범 이후 계속해서 우리 또래끼리 해왔기 때문에 나이 많은 선배가 들어오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상철이 형이 들어오고 나서 그런 우려는 모두 씻겨 내려갔다.
상철이 형은 후배 입장에 서서 많이 생각해주셨다. 우리가 상철이 형에게 맞춘 것이 아니라 상철이 형이 우리 후배들에게 맞춰주었기 때문에 너무 편했다. 따라서 나이가 많고 적음에 따른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물론 선배이기 때문에 예의는 차리지만, 운동장 안에서는 격의없이 지냈다.
- 그리스로 넘어가기 전 프랑스 전지훈련에서는 와일드카드로 긴급합류한 김남일이 부상으로 이탈하기도 했는데.
남일이 형이 합류함으로 해서 팀 전력에 보탬이 되어준다면 우리에게 너무 좋은 일이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팀에게 큰 보탬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 같다.
-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했던 선수는 누구인가?
분위기메이커라기보다는 팀을 이끌었던 선수가 일단 상철이 형이다. 상철이형이 위에서 끌어줬고, 친구들 중에는 (이)천수를 꼽을 수 있다. 천수는 “내가 친구들을 위해 군대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면서 파이팅을 외쳐 팀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웃음)
침착하면서도 파이팅이 좋은 (박)용호 역시 적극적으로 동료들을 챙겼고, 나 역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웃음)
- 사실 그리스에 입성하기 전 살인적인 더위를 걱정하기도 했는데.
테살로니키로 먼저 들어갔는데, 그곳은 생각과는 달리 별로 날씨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괜찮았다. 그런데 첫 게임 끝나고 아테네로 이동해서는 고생했다. 날씨도 무척 덥고, 습도도 높은 편이어서 힘들었다.
- 아무래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8강전 파라과이전이 끝난 뒤 맥주 300병을 나눠 마시며, 앙금을 풀었다는 이야기가 보도됐고, 대회 기간 도중 팀웍이 흐트러졌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태욱(인천)이 유니폼을 던진 문제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고...
그런 이야기는 신문에서 너무 과장해서 쓴 측면이 있다. 맥주 300병 먹고 앙금을 풀었다는 것은 경기가 모두 끝났고, 1년 8개월여 동안 함께 해왔던 올림픽대표라는 팀 자체가 없어지니까 이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 함께 했던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별의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자리에서 예비 멤버들이 불만을 터트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렇게 문제될 만한 부분들은 없었다. 대회 규정상 호텔을 같이 쓰지 못했기 때문에 숙소 문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대우면에서 예비 멤버들의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들에게는 힘들었던 시기였을테고...
그것에 대해 우리가 뭐라 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딱히 위로해줄 수도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경기가 모두 끝나고 예비 멤버나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뭔가 위로가 될만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마무리하자는 의미였다.
대회기간 도중 팀웍이 흐트러졌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더욱 단단해지는 팀이다. 예를 들어 2월말에 일본에게 0-2로 졌을 때 정말 힘들었다. 많은 질책을 받았고, 바로 3월초에 중국전이 있었다. 그리고 4월 이라크전을 앞두고 나이트 클럽 음주사건이 터졌을 때도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안에서 하나로 뭉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길수록 우리는 하나가 됐고, 조직력을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 서로 믿고 의지했다. 그런데 밖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은 모양이다.
태욱이가 유니폼을 던진 것은 자신에게 화가 났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교체에 대해 화가 났을 수도 있다. 그것은 본인만이 아는 것이니까...
어쨌든 경기가 끝난 뒤 태욱이가 직접 감독님께 가서 사과하고 일단락됐다. 서로 나쁜 감정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이후 트러블도 없었다. 팀 내부의 일에 대해 밖에서 너무 과장한 것 같다.
사실 56년 만에 8강에 진출한 것도 대단한 성과이지만, 이미 우리가 월드컵 4강에 들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기대나 관심이 높아진 관계로 그만큼 아쉬움이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던 것 같다.
- 그럼 다시 경기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무래도 그리스와의 첫 경기는 개막전인데다가 홈팀이어서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첫 경기는 어느 대회든지 힘들다. 더군다나 상대 홈구장이고, 그리스 관중들의 응원도 대단했다. 심적으로 정말 힘든 경기였고, 중간에 (김)치곤이가 퇴장까지 당해서 더욱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도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정신을 갖고 뭉쳤던 것이 지지 않고 끝까지 잘 싸울 수 있었던 원인이었다.
특히 그리스는 체격들이 좋고, 세트플레이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팀이었다. 상대의 세트플레이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
- 경기가 시작되고 31분 만에 김치곤이 퇴장을 당했는데, 당시 심정은 어땠나?
순간적으로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했는데, 여기서 물거품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결과야 둘째 치더라도 우리가 노력한 만큼, 준비한 만큼 얻어가는 것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한 발짝이라도 더 뛰었다.
11명이 뛰는 것과 10명이 뛰는 것은 분명 차원이 다르다. 1명이 없는 자리를 나머지 선수들이 메워야 하기 때문에 한 발짝 뛸 것도 두 발짝 뛰어야한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뛰었고, 그 때문인지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
- 그리고 결국 전반 42분, 본인의 발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당시 상황과 느낌을 말해본다면.
평소 세트플레이 상황에는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나는 주로 앞쪽보다는 뒤쪽에 서서 길게 넘어오는 볼을 노리는데, 이날도 경기 전에 (이)천수에게 코너킥 상황에서 “짧게 올리더라도 수비수가 많으면 길게 넘겨달라”고 이야기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천수가 킥을 시도했고, 이것을 본 상대 골키퍼가 앞으로 나왔다. ‘저걸 쳐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쇄도하는데 마침 볼이 내 앞으로 날아오더라.(웃음)
‘한번 제대로 때려보자’고 생각했는데, 사실 트래핑이 조금 잘못되어서 슈팅 타이밍을 반 박자 놓쳤다. 수비수가 나오면 슛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골로 연결됐다.
골 넣은 순간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냥 좋았을 뿐이다.(웃음) 10명이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구나 후반에 상대 자책골까지 터지면서 이변이 없는 한 이기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방금 이야기했듯이 보는 사람들도 2-0에서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런데 연속 2골을 내준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10명이 뛰다보니까 후반 중반을 넘어서면서 체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선수들은 자신들이 지고 있는데다가 숫적 우위까지 있으니 맹공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어쨌든 정신적으로 부담이 많은데다가 체력까지 떨어진 것이 2골을 내준 원인이라고 본다.
- 2번째 실점을 내줬던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서는 조금 과도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것이 홈팀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2002 월드컵때 홈팀의 이점이 있지 않았나. 경기 끝나고 (최)원권이가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서럽게 울더라. 우리는 “왜 우냐.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경기가 있지 않느냐”며 원권이를 위로했다.
사실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2-2로 비겼기 때문에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었지만, 경기 후 숙소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첫 게임인데다가 홈팀과의 경기라는 부담감이 있었음에도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에 대체로 만족스러워 했다.
-> 2편에 계속...
-- MUKTA 상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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