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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3일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기사..
현 U-17 대표팀의 축구를 보고 있으면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17세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세련된 조직력과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보고 있자면 이 팀이 어느 수준까지 성장할 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축구협회 유소년 육성시스템의 첫 주자격인 이들은 특정 포지션의 특정 스타를 중심으로 이끌어나가는 팀이 아니라 모든 포지션에서 고른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골키퍼 포지션 역시 마찬가지이다. U-17 대표팀의 골문을 책임지는 차기석(17, 서울체고)과 김대호(17, 경희고)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기량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한국대표팀의 수문장 자리를 놓고 경쟁할 만한 재목들이다.
이 두 선수는 이 연령대에서 한발 앞서가는 기량을 선보이며 U-17 대표팀의 붙박이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먼저 U-17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중인 차기석의 경우 이미 2002 U-17 아시아선수권 MVP를 차지하며 골키퍼로서의 재능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케이스. 190cm의 탁월한 체격조건을 이용한 제공권 장악능력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안정감이 있다는 점이 차기석의 장점이다.
한편 김대호는 184cm로 차기석에 비해 신체적인 조건이나 안정감은 떨어지나 순발력이 뛰어나며 페널티킥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골키퍼이다. 무엇보다 승부근성이 있고, 엄청난 노력파라는 점이 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게 만드는 대목.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이 두 선수는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정식시합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서울 경신중 소속이었던 차기석과 서울 장안중 소속이었던 김대호는 2001년 5월 금석배대회에서 맞대결을 펼쳤고 경기결과는 경신중의 3-0 승으로 끝났다.
그리고 1개월 뒤인 2001년 6월 두 선수는 U-15 대표상비군에서 처음으로 대면했고, 지금까지 줄곧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대호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에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마음가짐은 대호의 가장 큰 장점이고 저도 배워야하는 부분이죠. 다만 게임운영이 다소 서툴다는 점이 고쳐야할 점입니다." - 차기석
"기석이는 기복없이 꾸준하다는 점이 골키퍼로서 큰 장점이에요. 킥능력이나 판단력이 좋은데 저도 그런 부분에 있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만 다소 소극적인 부분이 기석이의 약점인 것 같아요." - 김대호
이 두 선수 중 한명이라도 U-17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경우는 단 두 차례.
2002년 4월에 열렸던 U-17 아시아선수권 1차예선에서는 차기석이 소속팀 사정으로 인해 불참해 김대호와 김근배(여의도고)가 번갈아 골문을 지켰고, 얼마전 열렸던 이탈리아 그라디스카시티컵에서는 김대호가 소속팀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었다.
"아시아선수권 1차예선은 U-17 대표팀의 첫 공식대회였기 때문에 꼭 출전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당시 학교에 골키퍼가 저밖에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참가할 수 없었죠." - 차기석
"이탈리아에는 정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학교의 올해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고, 믿을만한 골키퍼가 저밖에 없었어요. 가지 못한 것이 너무 섭섭해서 울음을 터트렸을 정도였죠.(웃음)" - 김대호
이 두 선수에 대해 가장 객관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역시 1년 넘게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U-17 대표팀 김범수 GK코치일 것이다. 김 코치는 두 선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기석이는 제공권이 뛰어나고 안정감있게 경기를 이끌어간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체력적인 부분과 파워가 다소 약한 면이 있죠. 그 부분을 보완하고 또한 자만심을 갖지 않고 정진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대호는 순발력면에서는 오히려 기석이보다 앞서요. 특히 엄청난 성실파에요. 결국 얼마나 땀을 흘리느냐가 성공할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것 아닙니까. 팀훈련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새벽훈련과 저녁훈련을 묵묵히 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정말 대견하죠. 다만 집중력이 약간 떨어져 기복이 있다는 점이 골키퍼로선 약점이에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데 앞으로 조금만 더 보완한다면 역시 대표 골키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있습니다."
"사실 제 훈련이 다소 강도가 높아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선수는 힘들다는 내색없이 잘 따라와줘서 무척 대견스러워요. 그리고 결국 예전에 비해 한층 좋아진 기량을 보여줬을 때 가르친 보람이 있습니다."
사실 1년전만 해도 차기석과 김대호의 기량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골키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 기복없이, 안정감있게 골문을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김대호는 골키퍼로서 기복이 심했고, 이것은 큰 마이너스 요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김대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꾸준히 약점보완이 힘썼고, 1년이 지난 지금은 이 두 선수간의 기량차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차기석이 타고난 신체조건과 천재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면 김대호는 엄청난 노력으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며 급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어느덧 붙박이 주전이었던 차기석도 긴장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U-17 대표팀이 소집되었던 26일 차기석은 김범수 코치에게 "긴장이 많이 된다"라며 속마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대회에 대한 긴장이 아니라 어느덧 자신을 바짝 추격한 김대호의 성장세에 대한 긴장감을 토로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긴장감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차기석이 자만하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김대호 역시 차기석을 뛰어넘기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될 것이다. 결국 두 선수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인 셈.
어차피 팀의 주전 골키퍼는 단 1명이다. 같은 연령대인 두 선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각급 대표팀에서 주전경쟁을 치열하게 펼쳐야 한다. 그리고 경쟁자는 이 둘 이외에도 많다. 3년 선배인 김영광(현 U-20 대표팀)을 비롯해 박동석(현 올림픽대표팀), 그리고 김용대(현 국가대표)까지도 이들과 대표팀 주전을 놓고 경쟁을 펼칠 선수들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누가 주전이었고, 후보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얼마나 땀을 흘리느냐에 따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가 결정될 것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나아갈 두 선수의 모습을 지켜보며, 성원하는 것도 축구팬들만의 작은 재미일 것이다.
"대호 뿐 아니라 영광이형이나 동석이형 등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서는 제가 좋아하는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 같은 골키퍼가 되고 싶구요.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겠죠. 일단 U-17 대표팀에서는 대호와 같이 있는데 라이벌이란 생각보다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겁니다." - 차기석
"일단 기석이보다 더 많이 땀을 흘리고, 노력할 거에요. 그러다보면 저에게도 기회가 오겠죠. 기석이네 학교가 GK코치가 있는 반면 저희 학교는 없어요. 대표팀에서 배운 것을 학교에 돌아가서 반복하고 또 반복할 거에요. 물론 기석이와의 우정은 변치 않을 겁니다. 좋은 친구거든요.(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골키퍼가 올리버 칸(독일)이에요. 칸처럼 상대에게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카리스마있는 골키퍼가 되고 싶어요. 외모에서는 저도 카리스마가 있거든요.(웃음)" - 김대호
-- MUKTA 상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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