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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벡 특강③] 질답시간- “2006 독일월드컵,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2005년 12월 2일 KFA 홈페이지..


- 이란전을 보면 전반에 3-4-3 시스템으로 나왔다가 상대가 원톱으로 나오자 4백으로 전환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좋은 질문이다. 일단 3백의 약점은 상대방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상대가 투톱이면 항상 1명이 수적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3백으로 문제가 없다.

이란의 경기들을 분석하면서 우리는 상대가 4-4-2 시스템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가 4-4-2 시스템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선수들에게 비디오를 통해 분석하고 보여주는 과정에서 이란의 4-4-2 시스템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상대가 카리미를 내리고 원톱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한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 첫 번째 경기였고, 훈련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익숙한 3-4-3 시스템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이란은 원톱만 남겨두고 카리미를 2선으로 내렸다. 그 과정에서 우리 수비와 미드필드에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드필드에서 상대가 5명이 포진했고, 특히 이호는 위치상 2명을 혼자 상대해야만 했다. 또한 3명의 수비수들은 과잉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 사진 참조)

상대의 원톱 전술에 약점을 보인 3백 시스템 ⓒ이상헌


그래서 1명을 미드필드로 올려야만 했고, 2명의 센터백이 나서는 4백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런 변화를 주는데 45분이 걸렸다. 사실 이렇게 바꾸는데 45분이 걸린다는 것은 월드컵에서는 너무 긴 시간이다. 이런 변화를 1분 만에 할 수 있어야 한다. 2002 월드컵을 준비했을 때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준비가 모두 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없어 주로 3-4-3 시스템만을 준비했던 코칭스태프의 잘못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전반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설명을 하고 조직을 변화시켰다. 이란전 경기운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원인이었다.

유럽의 많은 팀들이 왜 4백 시스템을 선호하는가 하면 4백은 상대가 투톱이든 원톱이든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대처가 쉽다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가 3-4-3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나는 4-3-3 시스템도 선호한다.

반면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는 상대가 투톱으로 나섰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이런 점은 지적할 만 하다. 상대가 미드필드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전방의 케즈만이 왼쪽 라인으로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3백의 오른쪽 수비수였던 최진철은 오른쪽 윙백 조원희에게 케즈만을 맡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되면 중앙에는 3명의 수비수가 1명의 공격수를 맡는 과잉 현상이 일어남과 동시에 세르비아의 미드필더 1명은 프리 상태가 된다.

이런 상황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수비에서는 1명의 여유가 생기지만, 미드필드에서 1명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즈만이 측면으로 이동할 시에는 진철이 따라가야 한다. 그래도 중앙에는 여전히 2명의 수비수가 1명을 상대할 수 있다. 원희가 미드필드에서 내려와 케즈만을 맡게 되면 1명이 프리가 되어 버리고, 따라서 다른 미드필더들이 1명씩 커버를 해줘야 하고, 영표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런 점은 계산했어야 한다.

운이 좋았던 것은 세르비아 선수들이 그런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좋은 교훈이었고, 코칭스태프도 많은 것을 배웠다. 친선경기를 통해서 이렇게 좋은 부분을 발견해낼 수도 있다. 경기를 보면서 이런 전술적 변화가 어떻게 생기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연구할 줄 알아야 한다.

- 2002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근 2번이나 감독이 바뀐 상황에서 한국행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

한국행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한국에 오면 팬들이 2002년의 결과를 기억하고 나를 생각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지도자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찾는다. 내게 가장 큰 도전은 새로운 한국 대표팀을 데리고 2002년에 근접한 성적을 올리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한국 선수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가능성도 많다. 지난 일요일에 U-18 대표팀의 경기도 봤는데, 적어도 5-6명은 상당히 관심이 가는 선수들이었다. 한국축구의 미래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현재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선수의 자질은 매우 좋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각기 다른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역할이다.

2002년에 한국은 전체적인 균형이 잘 갖춰진 팀이었다. 각자 다른 형태의 공격수들이 있었고, 공수의 활동량이 많은 윙백과 경험 많고 터프한 수비수들, 좋은 골키퍼까지 있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2001년 8월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로 졌을 때의 김남일이다.
당시 우리가 허용한 실점 중 3골은 김남일의 실수 때문이었다. 그런데 10개월 후 남일은 한국의 키 플레이어가 되었다. 10개월이란 시간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했던 것이다.

송종국도 마찬가지였다.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할 당시만 해도 종국은 소속팀 부산에서도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었다. 대표팀에 와서도 매 게임 치를 때마다 항상 실수를 했었다. 무엇보다 집중력이 높지 않았고 사람은 좋았지만 근성이 부족했었다.

종국은 사람이 좋고, 잘생겼고, 사교적이었지만 1년 동안 후보일 수밖에 없었다. 국제수준에서는 경기에서 강하게 맞붙어서 상대를 이겨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종국도 그런 면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팀의 주전으로 발돋음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월드컵까지 5개월여가 남았고, 현재 11월 중순부터 12월말까지 훈련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공식적인 A매치 데이는 1번밖에 없다. 그래서 전지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대표팀 선수 중에 울산의 김정우와 이호는 둘 다 어린 선수들이지만, 아주 좋은 미드필더다. 백지훈 역시 20세에 불과하지만 매우 좋다. 이 세 선수 모두 20대 초반이다. 다만 세계 최고의 경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것을 배워야 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을용과 같은 경기경험이 많고 침착한 선수를 기용했다. 이을용은 어느 상황에서도 항상 침착한 선수다.

그러나 2010년 월드컵이 될 무렵이면 한국은 아주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때가 되면 백지훈과 김진규가 25세, 이호가 26세, 조원희가 27세, 김동진이 28세 등 선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들게 된다. 또한 이천수, 최태욱, 박주영까지 있어 상당히 재능이 많은 세대다.

현재로서는 이들의 국제경험이 너무 부족하고, 그것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남일과 송종국이 컴백하길 기원해 우리의 선택 폭이 넓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아무튼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 사실 본프레레 감독 시절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굉장히 짧은 시간에 선수들이 많은 변화를 보였는데.

이 자리에서 그것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수들이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우리가 월드컵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2002년 시절 코칭스태프였다. 그리고 홍명보 코치는 월드컵에 4차례나 나갈 만큼 경험 많은 선수였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또한 고트비 코치가 경기 전후 미팅을 위해 준비하는 자료를 보면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알다시피 아드보카트 감독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지도했던 경험 많은 감독이다. 그래서 축구 내적인 것보다는 선수들이 상실했던 자신감을 되찾고, 심리적인 면을 개선한 것이 가장 큰 효과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왔기 때문에 선수들도 새로운 도전-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02년에도 송종국이나 김남일 같은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현재의 남일도 대표팀에 복귀하면 정말 잘해야만 할 것이다. 이호가 아주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종국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수지만 현재 원희가 아주 잘해주고 있다. 이렇듯 2002년에 주전으로 나왔던 2명도 더 분발해야만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선수들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선수들 역시 세계 최고의 무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코칭스태프도 일하기 쉽지만, 자신감을 잃으면 좋은 팀으로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선수들이 ‘이 사람들은 프로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또 운이 좋았던 것이 데뷔전이었던 이란전에서 3분 만에 골을 넣으면서 순조롭게 출발했고, 경기를 봤던 팬들도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 선수들은 각자 잘못된 습관들을 갖고 있다. 그 상황을 짧은 기간에 어떻게 바꿔줄 수 있을 것인가?

몇 주 전에 박주영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 인터뷰 후에 몇 가지 반응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주영에 대해 언급했던 이유는 그가 더 나아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 대표팀과 같이 준비가 많이 필요한데 훈련 시간은 부족할 경우에는 주영에게 했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주영이는 가장 많은 가능성을 지닌 선수지만, 아직 많이 배워야 한다.
유럽에서는 분명히 다르다. 안정환도 항상 선발이 아니다. 차두리도, 이을용도, 박지성도, 설기현도 마찬가지다. 그 선수들이 한국에서는 빅 스타들이다. 그런데 유럽에 가면 아직도 그 선수들의 명성보다는 수준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좋지 않다. 이들이 매 경기를 뛰어야만 우리로선 좋다.

주영이는 한국에서 높은 명성을 갖고 있고, TV나 신문에서 항상 1면에 나온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주영이는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20세 평범한 성격의 선수다.

다만 FC 서울에서 주영이는 골대 앞에서 볼이 오기를 기다리고만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유럽에서 뛰고 싶다면 이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더 많이 뛰어야 하고, 볼 터치도 많이 해야 하고, 전술적 인식도 더 발전해야 한다.

그래서 주영이에게 어느 정도의 압력을 줄 필요가 있었고, 주영이를 불러놓고 세계 최고 선수들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설명한 적도 있었다. 훈련을 같이 하고, 코칭을 하고, 영상을 통해 분석하면서 선수를 개선시킬 수 있다. 주영이는 전형적인 공격수이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김진규는 89분은 경기를 아주 잘한다. 그런데 경기를 하다보면 가끔씩 집중력을 상실하는 부분이 있다. K리그나 J리그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한번한번의 실수가 크게 이어질 수 있다.

스웨덴전에서도 우리가 70%의 볼 소유를 했지만, 결과는 2-2였다.
2번의 집중력 떨어진 상황이 바로 실점으로 연결됐다. 너무 쉽게 볼을 빼앗겨서 실점이 된 것이다.

이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해주고, 훈련을 통해 고치고,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한다. 선수들에게 친밀하게 접근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야 한다. 지난 3경기를 통해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들은 최고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은 6개월 동안 개개인의 구성원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 팀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동진 같은 경우는 좋은 수비수로 활약할 수도 있겠고, 미드필드에서 더 잘할 수도 있겠고...아무튼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앞으로 여러 흥미로운 일들이 다가올 것 같다.

- 특강과 질문에 대한 답변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 달라.

지도자는 항상 축구만 생각해야 한다. 하루 온종일 이상적 시스템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지도자는 좋은 직업이며, 이 직업을 즐기길 바란다.

또한 지도자라는 직업은 항상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것도 명심하길 바란다. 때로는 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자신감을 절대 잃지 말아야 한다. 가장 우려해야할 것은 여러분의 선수들이 지도자가 불안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을 보면 한국의 지도자들이 열심히 잘해주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주시고, 다음 세대에도 더 좋은 선수를 많이 길러내길 기원한다.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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