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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화의 Q&A] 공간창출력과 압박, 현대축구③


2005년 11월 4일 KFA 홈페이지..


- 2편에서 이야기한 뒤로 물러서지 않는 도전적인 수비라는 개념과 이전에도 강조한 수비라인이 서서히 물러나면서 상대를 끌어들여 틀 안에 가두는 수비전술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상대가 볼을 편하게 받은 상황에서는 수비라인을 16미터 근방까지 서서히 끌어내려 거기에서 진을 치고, 하프 라인 근처에 스트라이커 1명 정도를 두는 것이 맞다. 이렇게 되면 공수간에 25미터 정도의 폭이 유지된다.

이 폭 안으로 상대가 들어왔을 때 도전적인 수비를 통해 압박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볼 상황에 따라 10명 필드 플레이어들이 거대한 틀을 형성해 전후좌우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공략하는 것이다. 만약 측면으로 볼이 나가게 되면 그 지역부터 윙이 달려가 압박을 시작하고, 전방 공격수 하나가 그 쪽 측면의 각을 없애 패스를 하게 한 다음 협공을 해버린다. 이렇게 되면 운동장 반을 비워둔 채 상대를 공략할 수 있고,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게 된다. 이것이 정답이다.

그런데 세계대회 브라질전 같은 경우는 심리적 불안 때문인지 몰라도 상대가 그런 좁은 공간에서도 돌파를 해버리고 세밀하게 패스하니까 휘청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드필드 밸런스가 무너지고, 상대가 치고 들어오니까 우리 선수들이 당황하게 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1명이 10명을 돌파할 수 있다면 전술이란 것이 필요 없다. 그런데 그것이 안되니까 둘이 가고, 그러면 상대는 3명이 붙고, 이렇게 해서 부분전술, 전체전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브라질은 기본적으로 개인전술이 뛰어나니까 여러 가지로 편한 것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결과론이긴 하지만 조금만 더 조직적으로 잘 갖춰졌다면 어느 정도 상대의 기술을 조직으로 커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고, 밸런스가 조금 무너지면서 그 부분에서 돌파를 당하기 시작하니까 급격히 흔들리고 16미터 라인을 지나서 더 뒤로 물러서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수비의 기본은 일단 존을 구축하고, 그 틀 안에 상대가 들어오면 압박해서 빼앗아 역습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축구의 흐름이다.

- 어떻게 보면 세계적 수준의 축구와의 교류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막상 큰 대회에서 그런 팀들을 만나면 당황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이 크긴 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다가간다면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선 기술적으로 완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점이 크다. 상대방이 도전을 해올 때 볼 받는 사람이 불안해하면 주위를 둘러볼 여유 같은 것은 전혀 없고 볼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내 볼 만들기도 급급한데 주위가 보이겠나.

그래서 쓸데없는 드리블을 하게 되고, 백패스를 하게 되고, 미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기술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고 상대가 오는 소리만 들으면 급하게 패스를 하고 만다. 패스를 잘해준다는 것은 다음 상황을 예측했을 때만 가능하다.

또한 공격 시에는 돌아서는 것이 제일 좋다. 일단 돌아서면 상대는 급해지기 마련이다. 공격은 상대를 급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좋은 공격이다. 상대가 급한 상황에서 계속 몰아쳐야 상대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우리가 효과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축구를 보면 상대가 급한 상황에 처해있는데도 옆으로 패스를 해버려 상대를 안정시키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이런 부분은 결국 볼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보니까 주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볼을 처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유소년 시절부터 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도 유소년 육성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많이 향상된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보다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것은 축구협회만의 과제가 아니라 각 구단이나 학원 팀들도 마찬가지다.

- 현대축구에서 스트라이커들은 수비수를 등지는 플레이보다는 상대와 얼굴을 맞닥뜨리고 침투를 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공격수들이 침투보다는 등지는 플레이가 많고, 백패스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곤 하는데.

일단 부분전술에 있어서 스트라이커의 백패스는 기본이다. 백패스로 볼을 내주고 자신은 파고들어야 한다. 공격수가 미드필드까지 나왔으면 볼을 좌우로 공급해주고, 자신은 골을 넣으러 다시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원칙으로 공격수든 누구든 상대가 느슨할 때는 돌아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상대의 배후 공간이 없고, 수비가 2중 3중으로 겹겹이 쌓여있을 때는 자꾸 안에서만 받으면 볼 공급이 제대로 안되고 미드필드가 죽어버리게 된다. 그럴 경우 공격수가 미드필드로 나오면 뒤에 공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나와서 공간을 만들어주고 볼을 미드필드로 넘겨주면 공격수가 만들어준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다시 연결이 되고, 공격수는 다시 전방으로 쇄도해 리턴 패스를 받아 공략하는 그런 과정이 공격의 기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스트라이커가 자꾸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상황에 따라 외곽으로 빠져나가 크로스를 올려야 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스트라이커는 주로 중앙에 있어야 한다. 스트라이커는 크로스를 잘 올려주는 것이 임무가 아니라 골을 잘 넣는 것이 주임무이자 주특기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공격수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너무 편하게만 플레이하려고 한다. 스트라이커라면 도전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자꾸 밑으로 내려가서 편한 곳에서 받으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다. 도전이 아니라 편한 축구에만 젖어있는 것이다. 볼 배급을 위해 미드필드로 내려갔을 때에도 볼은 연결시켜준 후에는 무서울 만큼 강렬하게 공간을 찾아 전방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부족하다.

공격수라면 자꾸 침투해서 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맞춰 미드필드에서는 스루패스를 계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스루패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간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스루패스는 10번 시도에 1-2번 성공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미스가 나오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해야 한다. 유럽의 축구를 보면 전방을 향한 날카로운 직선 패스가 굉장히 많다. 공격에서 스트라이커든, 윙이든 안쪽으로 파고들면 미드필드에서 그 쪽으로 연결하는 직선패스가 많다.

사실 공격수는 항상 수비수에 의해 적극적으로 마킹을 당하는 존재이다. 절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그것이 공격수의 운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수가 자유로운 상황에서 볼을 주려고 하면 안 된다. 자유로운 상황에서만 볼 주려고 하면 공격수는 90분 동안 볼 몇 번 못 만진다.

수비수의 마킹이 있더라도 일단 공격수에게 볼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격수의 움직임에 따라 파생되는 다양한 부분전술이 나올 수 있다. 중앙으로 볼이 들어가야 그 다음으로 공간이 나게 되고, 공간도 생긴다는 말이다.

또한 패스 각을 만들어 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수비 시에 항상 삼각형 대형을 유지하라고 하는데, 공격도 마찬가지다. 3명의 선수가 항상 삼각형 대형을 유지하고 있으면 패스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패스 각이 열려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수비 시에도 삼각형 대형 안에 상대가 들어가게 되면 협력수비와 커버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그 대형을 항상 유지하라고 강조한다. 결국 그것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는 길이다. 선수들에게 항상 위치 플레이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에 대한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떨어지고, 결국 패스가 영양가 없이 횡으로만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은 상대팀이 3백 시스템일 때 보다 4백 시스템을 구사할 때 좀 더 고전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우리 축구가 3백 시스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인가?

일리 있는 말이다. 월드컵 예선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2번 졌을 때도 모두 4백에 당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측면 플레이가 강하다.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공간을 스피드있는 선수들이 파고들어서 크로스를 올려주는 형식의 공격이 주특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맨마킹을 한다든지, 3백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데 4백은 지역을 지키면서 미드필드에서 공간을 주지 않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양 윙백이 측면 공간을 안정적으로 지키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공수에서 위치플레이를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즉 공간을 주지 않는 시스템을 상대하면서 우리는 공간을 찾는 경기운영을 하니까 당연히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우리가 사우디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2연패를 당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평소에 우리가 4백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만큼 4백에 대한 적응이 많이 떨어진 것도 그 원인이다. 측면 공간이 막히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니까 우리의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경기가 답답하게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간을 주지 않는 시스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발 밑으로 들어가는 직선패스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패스보다는 그냥 길게 넘겨주는 패스가 많기 때문에 거칠어보이고 흐트러져 보인다. 체력적으로도 더 많이 요구하게 되고...

4백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파고드는 2선에서의 침투 움직임에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밀집된 공간에서 볼을 받아 드리블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로 돌아들어가는 선수의 움직임에 맞춰 직선 패스를 내줘야 한다. 또한 밀집된 공간에서의 패스는 거의 원투터치로 이뤄져야 하고, 그 강도가 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템포가 늦어지는 순간 상대에게 잡히고 만다.

기본적으로 4백 지역방어에서 공간을 만들려고 하면 힘들다. 우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4백 시스템에서는 항상 사람이 지키고 있다. 그럴 때는 정확히 발 밑으로 가는 패스, 월패스, 2:1패스, 침투패스, 배후패스, 스위치 패스 등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는 그것을 주지 않기 위해, 사람과 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더 좁혀버린다. 그 때 공간이 생기는 것이 측면이고, 그 타이밍에서 측면으로 넘겨서 공격을 시도해야 한다. 물론 상대 입장에서는 그 연결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요즘은 3백이든 4백이든 공격수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다. 일자수비이기 때문에 종적인 움직임이 잘 나오지 않는다. 타이밍에 맞춰서 순간적으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조금만 늦으면 오프사이드가 된다. 최대한 빠른 템포에 원터치 또는 투터치 패스가 나와야 한다.

또 한 가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길게 경합시켜 놓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배후를 노리고 빠른 킥으로 길게 경합을 시켜놓으면 상대의 수비 밸런스를 순간적으로 흔들어놓을 수 있다. 밀집된 상황에서 억지로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든지, 잔패스를 너무 많이 하게 되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공격들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해서 사용한다면 상대를 공략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쉽게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 경기 중에 막히기 시작하면 풀어나가기가 쉽지는 않다. 그럴 때 개인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에 의한 돌파나 아주 세밀한 축구 같은 것 말이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같이 조직적으로 맞닥뜨려도 일본은 안되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는 되는 것이 결국 이런 부분이다.

어찌하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졌다. 다음 기회에 또다시 축구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해보도록 하겠다.

박성화 전 U-20 대표팀 감독
정리=이상헌


-- MUKTA 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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